한국 차의 명인 여연 스님과 나누는 차 이야기
보스톤코리아  2011-03-07, 13:27:00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박현아 기자 = 지난 23일, 한국 차의 명인 여연 스님이 짧은 일정으로 보스톤을 방문했다. 여연(如然) 스님은 초의선사(草衣禪師) 5대 법손으로 일지암 암주다.

특히 초의, 설아, 반야, 일지청향 등의 녹차와 한국 전통 발효차인 자화, 반야병다(보이차와 같은 덩어리 차)를 직접 생산하는 제다명인으로 한국 차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지난 2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법문회에 스님이 참여한다는 소식에 그의 차 강연으로 생각하고 몰린 한인들이 무려 300여명이나 됐다. 스님의 유명세가 증명된 셈이다.

현재, 동국대학교에 차문화 컨텐츠학과를 개설해 학과장 및 주임 교수를 맡고 있다. 차문화 및 역사를 학문적으로 접근, 재조명하며 오랜 역사 속에 내려온 차문화 전통 다례의 컨텐츠를 개발하여 한국문화의 전통계승을 지키고자 힘을 쏟고 있다.

초의 스님의 선차 정신을 이어 한국의 좁은 차 시장을 세계화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차를 통해 세계화하고 생산적으로 수백 조원을 벌어 들인 것처럼 우리 차문화 및 시장도 중국 못지 않게 세계화 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것.

24일 저녁, 잠시 스케줄을 조정, 하버드의 한 레스토랑에서 여연스님과 인터뷰를 가졌다. 식사 전 가진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 우리의 인생도 뜸이 잘 들고, 철이 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스님은 차 맛을 내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이라며,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차려져 있더라도 뜸이 잘 들어야 맛있는 밥이 되는 것처럼, 차에 있어서도 물을 끓일 때 맹탕(덜 끓여진 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좋은 차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이신데 차를 직접 재배하고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처음에 차를 접하게 된 것은 71년 출가해 남해에 있는 용문사에서 살 때이다. 당시 모시던 원주스님께서 감기가 걸리셨다. 시내 약국까지 가려면 한나절이 걸려 고민하던 중 마침 절 집에 사는 보살님(반찬을 책임지는 소임)이 스님들께서 편찮으시면 이상한 풀들을 끓여 먹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풀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금고(캐비넷)속에 있다 하여 그것을 가지고 와 약탕기에 1시간 동안 한약을 달이듯 정성 들여 끓여 갖다 드렸다. 당시, 원주스님께서 도대체 이게 무엇인데 이렇게 쓰냐 하셨고, 나는 약이 쓰면 좋은 약 아니냐며 금고 안에 이상한 풀을 달인 것이라 했다.

잘 보이고 싶은 행자(스님이 되는 수습 스님)마음에 행동한 내게 원주스님께서는 큰 스님께 드리려고 아껴둔 차를 망쳐버렸다고 호되게 꾸짖으셨다. 이것이 내가 처음 차를 접하게 된 사건이며, 처음으로 차가 이렇게 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해인사로 오게 되었고, 한 스님이 삼국지에 유비가 자신의 엄마를 주기 위해 대대로 내려온 보검을 팔아 구해온 옥로라는 차를 아주 귀하게 구했다며 우리들에게 생색을 내며 끓여 주셨다. 30~40분을 찔끔찔끔 따라주면서 찻잔을 돌리며 입에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 돌려서 천천히 마시다 보니 불편함에 딸꾹질이 나와 버려 차도 마실 줄 모르는 촌놈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2번의 낭패를 맛보고 그러면서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어 곳곳을 다니며 차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차의 전문성을 지닌 스승도 귀했던 시대였고, 차문화 고전이나 문헌자료가 적어 차 공부를 하기 쉽지 않았다.

또한 차를 만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에 스스로 규장각, 국립도서관을 찾아 차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학문적으로 연구했다. 결국, 제다(차 만드는 일)에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 오랜 세월을 통해 좋은 차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되며, 지금 스님께서 하시는 ‘반야병다’란 무엇입니까?
차 종류는 크게는 2가지 교목종과 관목종으로 나뉘며, 녹차, 홍차, 백차, 청차, 황차, 흑차 등의 6가지로 구분된다. 즉, 차는 같은 잎을 갖고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어떤 차가 되는지가 결정되며, 이는 수천 가지로 나뉜다.

녹차는 일본차, 중국차, 한국차가 다 똑같다. 녹차는 차를 비 발효시킨 것으로 발효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센 불에서 지지고 볶고 수 차례 말려 완성된 것이다. 찻잎은 따면 그때부터 산화가 되기 시작된다. 녹차는 잎을 따서 바로 산화를 억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잎을 따는 순간부터 산화가 진행되므로 10%미만으로 산화된 것을 녹차라고 한다.

홍차는 70%이상 산화된 것으로 아주 완벽하게 발효가 된 것을 뜻한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를 아주 짙은 색으로 인해 블랙티라고 한다.

다음으로, 중국에서 만든 우롱차, 동방미인, 철관음과 같은 것을 청차라고 한다. 이런 것들은 300여개 이상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마치 와인에 슈발 블랑, 동 페리농, 샤토 팔머 등이 있는 것처럼, 모든 차에는 수백 가지 브랜드가 있다.

황차는 녹차에 속하는 것으로 아주 약간만 발효시킨 것이다.

백차는 백차나무가 있는데, 나무의 변종에 따른 것으로 아주 소중한 돌연변이 차다.

흑차는 후발효차로 보이차 같은 것을 지칭한다.

발효는 후발효, 전발효로 나뉜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로 오래 둘수록 짙고 맛있다. 소위 발효를 숙성이라고 하는데, 숙성은 수십 년에 걸쳐서 하기도 한다. 이것이 덩어리가 져 떡차라고 불린다. 이것이 바로 ‘병다’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반야병다에서 반야는 내 브랜드 이름이고, 병다는 덩어리차, 즉 떡차를 의미한다. 즉, 내가 만든 반야차는 녹차를 의미하고, 병다는 떡차를 지칭한다. 또한, 내가 만든 자화차는 발효차로 10~70%까지 발효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한국에서 제자양성을 하고 있는데, 보스톤에서 차 시연회 계획은 없으십니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이미 유럽과 일본, 중국 뉴욕 등지에서 몇 번의 선차시연을 했다. 이번에 보스톤을 방문하기 전, 법문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헌데 포스터에는 내가 차 강의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차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올 가을에는 일본에서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다례(차를 즐기는 의식)가 있다. 나는 지난, 1993년 4월에 창립한 ‘초의차문화연구원’ 서울 지부(작비제) 회원들과 함께 선차 시연을 위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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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스님의 차 이야기
차에는 건강 요소가 있다. 차를 마시면서 다례라는 것을 익히다 보면, 정신이 집중된다. 다도삼매, 선차일미, 이것은 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도 맑게 하는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 일상에서 반복되면 정신이 집중되어 마치 참선하는 것과 같아 심신이 안정된다. 이것이 바로 차도다.

차를 마시는 것이 차도가 아니고. 차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이다. 차 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차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므로 물의 등급에 따라 차 맛과 그 효능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물은 차를 내는 데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며, 좋은 차는 좋은 물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물에도 등급이 나뉘며, 오장육부에 좋은 물이 각각 다르다. 그래서 좋은 물을 골라 물을 끓일 때도 화로에 불을 지피는 것부터 시작하여 맹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맹탕이란 물이 덜 끓어 헛것이라는 뜻이다. 물부터 잘 끓여서 차를 우려야 한다.

물을 끓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소리로 구분하는 방법인 송풍해우. 형태로 구분하는 하한과 상한법. 이렇듯 물을 끓이는 단계에서도 하나씩 정성을 담아 집중하면 정신 또한 맑아진다. 물을 길러 갈 때에도, 정성스럽게 길어와야 한다.

어린아이가 자고 있을 때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독여줘야 하는 것처럼, 물을 길어올 때에도 아주 조심스레 길어와야 한다. 차는 끓여서 마시기만 하는 것이 차가 아니라, 물을 길어 오는 것부터,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고, 찻잔을 선택하는 것 등이 차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이 행복에 지쳐 있을 때, 무거울 때 차를 고르면서 차를 통해서 내 마음을 형성하고, 분위기를 형성하고, 또 찻잔이 가지는 옷, 그 찻잔을 드는 손님에 따라 그릇을 선택하는 것 등, 이 모든 게 아름답고 섬세하고 맛난 차인 것이다.

차는 선다일미(禪茶一味)와 같다. 선(禪)과 다(茶), 마시는 일은 한 맛이다. 차를 명상의 상징으로, 각성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면, 자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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