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 만류 불구 달라이 라마 만나
보스톤코리아  2010-02-18, 16:18:20 
중국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
중국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이 확정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만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난 이후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면담을 즉각 취소”할 것을 요청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거부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와 오는 18일 예정대로 백악관에서 면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깁스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명확한 입장이 면담을 취소시키기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만약 그들의 입장이 그런 것이라고 해도 면담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중국 측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깁스 대변인은 전날에도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 받는 종교 지도자이며 티베트인의 인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말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면담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가 아닌 맵 룸(Map Room)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맵 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전황을 지도를 통해 살핀 상황실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웨스트윙 상황실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맵 룸은 TV 회견과 소규모 모임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정치적 지도자 자격으로 만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중국 측에 보이기 위해 백악관 집무실이 아닌 맵 룸에서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나더라도 중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비공식 회동의 형식을 취했다. 2007년 10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연방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으로 초청함으로써 회동의 격을 한 단계 높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인의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희망했으나, 그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중국 방문 기간 중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 의사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번 달라이 라마의 방문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을 취소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거부함에 따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와 통상 마찰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는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수 차례 미국에 전달했다”면서 “우리는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 허용과 미국 지도자들과의 어떤 접촉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17일부터 24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공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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