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도 인종이란 벽 못 넘어
보스톤코리아  2009-12-07, 09:00:10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 정성일 기자 = 실업률이 10%를 넘나드는 고용 한파 속에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은 백인보다 일자리 구하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고학력 구직자들도 인종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NYT)가 1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서 보듯 미국에서 흑인들의 위상은 지난 수십년 간 높아져 왔지만 고용 시장에서 흑인들에게 인종 문제는 여전한 장벽이 되고 있다.

흑인들의 실업률은 백인들보다 훨씬 높고 고학력 흑인들 조차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을 졸업한 25세 이상 흑인 남성의 실업률은 올해 8.4%에 달해 4.4%인 백인 남성들의 거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고졸 학력의 흑인 남성 실업률도 15.9%로 같은 조건의 백인 남성 실업률 10%보다 월등히 높다. 대졸 학력 흑인 여성의 실업률도 6.9%로 백인 여성의 4%보다 높다.

일례로 조니 윌리엄스(30)는 JP모건 체이스에서 일했고 시카고 대학 MBA도 마쳐 구직에서 인종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MBA를 마치고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면접 기회를 갖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그는 이력서에서 자신이 흑인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단서도 없애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력에서 흑인학생연합회 회원이라는 부분을 지워버렸다.

올해 예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름부터 마케팅 컨설팅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테럴 해리슨(25)은 “인종이 채용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영향을 끼친다”며 “이력서를 낸 후 처음으로 전화를 받게 되면, 채용 담당자는 내 목소리와 억양에서 내가 흑인이라는 것을 알아챈다”고 말했다. 해리슨은 “고위 인사 담당자나 경영진들은 인종의 다양성에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채용 담당자는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많은 학술 조사에서도 흑인 구직자가 백인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확인된다. 올해 발간된 노동경제학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백인과 아시안, 히스패닉계 간부들은 흑인 간부들에 비해 백인을 더 많이 뽑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가 20여 명의 대졸 흑인 구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명백한 차별은 드물다고 답했다. 그러나 면접 등을 통해 흑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회사 측의 구직자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사라지는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공개 모집이 아니라 비공식 네크워크를 통해 뽑는 경우가 많은 고위직의 경우는 백인 남성들이 소수계나 여성보다 훨씬 많은 구직 기회를 갖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물론 그 동안 인종 다양화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있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흑인 등 소수계라는 점이 구직에서 득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NYT는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런 기회는 줄어왔고 일부에서는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흑인 구직자들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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