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고별 기자회견 "괜찮은 나라 넘겨받아 짐 넘겨주고 간다"
보스톤코리아  2009-01-15, 01:19:23 
퇴임을 1주일 앞둔 부시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고별 기자 회견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과 이란은 여전히 미국 안보에 위험스런 국가라며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도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톨령은 “북한은 여전히 우리에게 문제”라면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이며, 따라서 북핵 6자 회담을 통해 강력한 핵 검증체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역시 여전히 위험스럽다고 말하고, 최근의 이스라엘 사태와 관련해 “하마스가 휴전을 원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

테러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현재까지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의 징후는 없지만 미국을 겨냥한 적의 공격 가능성은 여전하며, 따라서 오바마 차기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도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임기 중에 체결된 미국과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의 FTA가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비준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의회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우려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됐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던 점과 전쟁 초기 해군 군함에 올라 ‘임무완수(Mission Accomplished)’라고 쓰여진 현수막 앞에서 연설했던 점은 실수였다고 다시 한번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민주주의가 복원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하며 “이라크 내부의 폭력사태를 척결하고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 2007년 3만 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월스트릿의 구제 금융 자금으로 현재 남아 있는 3500억 달러도 오바마 당선인이 원한다면 자금을 풀도록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총명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오는 2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은 대통령이라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에 내려앉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대선에서 유권자 총 득표수에서는 뒤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었던 부시 대통령이 8년 간의 임기를 뒤로 하고 퇴장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8년을 따라다닌 것은 ‘테러’였다.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최대의 화두였고, 그 시작은 9.11 테러였다. 부시 대통령은 ‘작은 정부, 조용한 외교’라는 기치를 들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취임 첫해 터진 9.11 사태는 부시 대통령을 변화시키고 부시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은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것이었다”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에, 레이건 대통령이 냉전에 집착했다면 부시 대통령은 그 약속에 집착했다”고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부시 정부를 ‘큰 정부’로 만들었고 외교안보 기조는 일방주의로 전환됐다. 2001년 2900억 달러이던 군비는 2008년 5940억 달러로 늘어났다. 테러 가능성만 있어도 공격한다는 ‘선제 공격권’은 이라크 공격의 명분이 됐다. 하지만 우방국이 등을 돌리고 이라크 종족 분쟁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기간 두 번의 경제 침체기를 경험했다. 2001년 3월 IT 거품이 빠지면서 시작된 첫 번째 침체기는 8개월 만에 끝났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두 번째 경기 침체는 부시 정권에 치명타가 됐다. 부시 정부 들어 11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고 수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차압 당했다.

보스톤 대학의 토머스 워런 교수는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정부로부터 꽤 괜찮은 나라를 넘겨받았으나 오바마 당선자에게 큰 짐을 넘겨주고 떠나게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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