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보스톤코리아  2008-08-18, 17:42:04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한영옥

무더운 어느 하루라도
큰 회화나무에서 떨어진 꽃무늬는 참 좋다
줍고 싶을 만큼 태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쓸어버려야 할 만큼 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제 그늘 안쪽으로 살풋하게 내려앉은,
흰빛에서 연둣빛 사이를 오가며 엮은
수수한 돗자리처럼 보이는 슴슴한 무늬가
두어 평 남짓 안에서 고요하다
수수한 자리에 슬며시 들어가서
몹시 우는 매미를 열심히 생각해주노라면
이해 불가능에서 이해 가능으로 길이 꺾이고,
꺾이자마자 길은 곳곳이 맘 좋은 초록이다
몇 송이 꽃잎을 더 내려 앉혀주며 이름은
편하게 제 깊이를 다 펴고 한숨 잔다
고요한 그 사람의 속 깊은 염려 속인가.
생각수레 덜컹거리지 않아 악의(惡意)도 잘 잔다
꺾인 길섶으로 한참은 더 초록이 좋으리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는 좋기도 하지.



해설
이 시의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아래 사로잡혀 보라. '슴슴한 무늬가/두어 평 남짓 안에서 고요'해진 자리, 회화나무 아늑한 그늘 속에서 그대 또한, 꽃 무늬들의 그림같은 색채에 넋 놓고 오래도록 가만히 붙박혀 있어도 좋으리라.    

한영옥 시인은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적극적 마술의 노래> <처음을 위한 춤> <안개편지><비천한 빠름이여><아늑한 얼굴>등이 있으며, <한국현대시의 의식탐구>의 저서가 있다. 현 성신여대 교수이며, 한국예술비평가상, 천상병시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연애 중 토라질 때? 男 ‘가식적’-女 ‘연락 뜸할 때’ 2008.08.25
남성은 교제 상대가 진실성이 없고 가식적으로 보일 때 마음이 언짢게 되고, 여성은 연락이 뜸할 때 마음에 벽이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
보스톤의 가을 소리 축제 2008.08.25
가을을 전하는 클래식 연주회가 뉴잉그랜드 컨설베토리(NEC) 조던 홀(Jordan Hall)에서 9월 한달 동안 무료로 펼쳐진다. 음악을 사모하는 모든 이에..
詩가 있는 세상 -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2008.08.18
큰 회화나무 꽃 떨어진 무늬 한영옥 무더운 어느 하루라도 큰 회화나무에서 떨어진 꽃무늬는 참 좋다 줍고 싶을 만큼 태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쓸어..
SAT. ACT 시험 및 등록일정 2008.08.18
2008~09년 SAT 및 ACT 시험 일정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ACT는 9월13일 그리고 SAT는 10월4일 새 학기 들어 첫 시험이 치러진 후..
자연 치유 효과가 있는 건강 먹거리 2008.08.18
영양제를 굳이 따로 섭취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전문가들도 분분하다. 요즘 식품들이 영양가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타민 섭취는 필수라고 주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