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텃밭인 매사추세츠도 대선 핵심 쟁점은 이민문제
중남미 난민들의 대거 불법 이민, 유권자들 피부로 절감
나에게는 피해 없어야, 일부 보스톤 진보 가치 시험대에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 가장 핵심 이슈는 불법 이민
??????  2024-10-24, 17:22:16 
월스트리트 여론조사결과 올해 대선의 핵심 이슈로 이민문제가 떠올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 문제는 이민에 친화적인 매사추세츠에서도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여론조사결과 올해 대선의 핵심 이슈로 이민문제가 떠올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 문제는 이민에 친화적인 매사추세츠에서도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미 대선의 상직적인 문구는 올해의 선거에서는 들을 수 없다.  이제는 "문제는 이민이다(It’s immigration, stupid)"가 대세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이민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며 다른 쟁점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남부 지역이나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매사추세츠 같은 진보적 주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매사추세츠 남부의 카버(Carver)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는 정치적 이변이 발생했다. 21년간 재임한 주 하원의원 수잔 기포드가 정치 신인 존 가스키(John Gaskey)에게 18%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 매사추세츠에서 이 같은 뒤집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곳에는 민주당 후보가 없어 그는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스톤 글로브에 따르면, 해안경비대 출신의 가스키는 올해 선거를 치르면서 중, 저소득층 블루칼라 계층이 주를 이루는 카버에서 600여 가구와 상점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물었을 때 한결 같은 대답은 “이민문제”였다. 

멕시코 국경과는 2,000마일 떨어진 매사추세츠에서 이민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이 배경에는 지역 내 호텔과 쉼터에 머무는 수십명의 중남미 이민자들이 있다.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먼 국경지대의 문제가 아닌 매일 직면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매사추세츠 전역에 걸친 타운과 시에는 수많은 중남미 이민자 가정들이 분산 수용되어 있다. 이들은 쉘터 또는 호텔 그리고 임시 거처 등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주거 및 생활 비용 등은 물론 공립학교는 아이들을 수용해 교육해야 한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의 마음은 점차 이민 문제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공화당 후보에게로 기울어지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민자들이 주택과 사회 복지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다. 매사추세츠주는 2024년 중남미 이민자 수용과 지원에10억달러(1billion) 이상을 투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포드가 지출을 승인한 것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녀의 패배로 이어진 이유다. 

물론 매사추세츠 주민들은 이민자들에게는 아주 친화적이었으며,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그렇다. 보스톤글로브와 서폭대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72%의 주민들은 ‘짧은 기간’ 동안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해 임시 쉼터 등 주거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가 주장하는 전면 추방 정책에 대해선 대다수가 반대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불우한 환경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불만의 강이 점차 지류를 넓혀가고 있다. 타운의 공립학교에서 중남미 난민들을 접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점차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주민들이 이민자들로 인해 지역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혜택이 이민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넘쳐나는 난민들로 한계를 느낀 매사추세츠 모라 힐리 주지사는 비상 쉘터에 수용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자들의 수를 강력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을 다른 주로 보내는 ‘플라이 패밀리’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점차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돌아보면 2022년 9월 플로리다 주지사 드샌티스가 중남미 이민자들을 마타스비녀드에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드샌티스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지사들은 미국의 주요 진보지역의 부유한 도시 즉, 보스톤을 비롯한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이민자들을 보내는 운동을 시작했다. 직접 겪어보라는 것이다. 진보의 가치가 시험대에 놓이기 시작했고, 이들의 전략은 2024년 선거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윌리엄 갤빈 매사추세츠 주무부 장관은 “플로리다 주지사가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며, 매사추세츠가 이민 문제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었음을 인정했다. 한때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이민문제가 올해 선거에서는 커다란 핵심 쟁점으로 커져버린 것이다. 보스톤의 흑인들이 밀집된 지역, 도체스터에 거주하는 제이미 킹(Jamie King)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해리스를 47대 45 오차범위내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같은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2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수십여 여론조사의 하나에 불과한 발표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사는 현재 미국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WSJ여론조사에서 무려23%의 유권자가 후보를 결정한 가장 핵심 이슈로 이민문제를 지적했다.  이 여론조사가 지난 1년 반 동안 조사해온 이슈 중 가장 비중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민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가 해리스를 15%차이로 앞섰다. 지난 8월에는 7%에 불과했다. 트럼프 캠페인이 최근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의 안전과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쟁점을 강력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이유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여론조사업계가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위해 우편설문, 커다란 선물제공 등 데이터 수집 방법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또한 숨어있는 의견을 반영키 위해 가중치를 도입하고 새로운 데이터도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2020년 여론조사는 트럼프를 평균 4.2포인트 과소평가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3.2포인트로 줄었다.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읽을 때 트럼프 쪽에 3.2% 또는 소폭 가중치를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성급한 도박사들은 벌써 트럼프의 우세를 점치고 나섰다. 트럼프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삼겠다던 비트코인도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대통령으로 적절한 정신자세를 가진 후보로 13%의 유권자가 해리스를 더 많이 꼽았다. 미국의 유권자들도 누가 대통령에 적절한지는 알고 있으나 지금은 누가 더 필요한가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양세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괴팍함보다는 내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불법이민이 더 싫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토론 때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애완동물을 잡아 먹었다”는 여과없는 주장을 피력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근거없는 사실로 밝혀졌지만 불법이민 문제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무의식에는 혐오로 자리 잡도록 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과거 트럼프 재임시절 강력한 반 불법이민자 정책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강화됐다. 그것뿐만 아니다. 과거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때 ‘차이니스바이러스’란 명칭으로 아시안 혐오 현상이 유발됐다. 이민자가 다른 이민자를 혐오했을 때 우리는 가장 아팠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이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중남미 이민자 혐오현상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순서다. 

이민자로서 미국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민 문제는 뗄 수 없는 핸디캡이다. 현재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 문제를 이민자로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숙제로 남게 됐다. 트럼프의 부적절함인가, 내 생활에 오는 불편함인가. 이번 대선을 가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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