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이 가고 싶었던 8살 아이, 계모 폭행에 사망
보스톤코리아  2013-11-11, 12:54:11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지난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울산 계모 사건'의 끔찍한 전말이 드러났다. 8세 초등학생 여아가 계모의 폭행에 갈비뼈 16개가 뿌러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경찰 조사 결과 단순 폭행에 의한 사망사건이 아니라 2011년부터 계모가 상습적으로 의붓딸을 학대한 사건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갈비뼈 16개 골절
울산 울주경찰서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2학년인 의붓딸 이모(8)양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계모 박모(40)씨를 구속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20분쯤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돈 2천원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딸의 머리와 가슴 옆구리 등을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은 이양이 학교에서 부산 아쿠아리움으로 소풍을 가는 날이었으며, 이양은 맞으면서도 “소풍만은 보내달라”고 애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씨는 1시간에 걸쳐 이양을 폭행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부검결과 이양은 옆구리 쪽에 당한 폭행으로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됐고, 이때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출혈이 생기면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계모 박씨가 이양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한동안 폭행한 뒤 이양에게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도록 했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딸에게 욕조에 앉아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겁에 질린 이양은 욕조에 들어가 앉아 있는 동안 호흡 곤란과 피하 출혈로 의식을 잃고 물속에 빠진 채 숨졌고 이에 박씨는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112에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5년간 지속적 학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울주경찰서는 지난 4일 계모 박씨가 수년 동안 딸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적용 혐의를 상해치사에서 학대치사 등으로 변경했다.

상해치사죄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사망에 이르게 한 죄로, 박씨가 지난달 24일 딸에게 행사한 폭력이 딸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박씨가 지난 2011년부터 이양을 폭행하거나 학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학대치사, 상습폭행, 아동학대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 번의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보호를 받는 딸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학대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경북 포항에 살던 지난 2011년 5월 13일 집에서 죽도로 이양의 머리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등을 수십 차례 때렸다.

 지난해 5월 21일 오후에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집에서 이양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허벅지 부위를 수차례 발로 차 뼈가 부러지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혔다.

 지난해 10월 31일 오후에는 이양에게 벌을 준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한 뒤 남편이 집을 나간 틈을 타 이양을 욕실로 끌고 가 손과 발에 뜨거운 물을 뿌려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양의 병원치료 기록, 이양이 다닌 어린이집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해 박씨를 추궁,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양 부검 결과 상처가 아물기 전에 다시 구타가 반복되면서 엉덩이 근육이 아예 소멸하고 섬유질로 채워진 증상(둔부조직섬유화)이 발견되는등 상습적인 학대가 의심됐다"고 밝혔다.

철저한 이중생활
박씨는 평소 생활에서 자신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숨겼다. 그녀는 숨진 이양의 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 임원 활동을 성실히 했고, 이양을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도 시키는 등 교육에도 열성을 보였다. 이웃들도 박 씨가 계모인 사실을 사건이 터진 뒤 알았을 정도였다. 

남편조차 박씨의 이런 사악한 면을 몰랐다. 부동산 분양업을 하는 이양의 아버지는 객지생활을 하며 한 달에 두 번가량 집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여서 아내의 이중성을 알지 못했고, 딸이 잘못해 다쳤다는 아내의 거짓말을 모두 사실로 믿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씨는 모진 폭행에 시달려 딸이 숨을 거둔 날에도 수도권에서 일하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딸이) 소풍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박씨는 이양의 장례식장에서도 지인들에게 '사고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범행을 은폐했다.

반면에 이양은 학교에서 성격이 밝은 아이로 기억될 정도였다. 이따금 계모의 폭력 때문에 얼굴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누가 물으면 "집에서 다쳤다"며 엄마의 폭력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웃이나 학교에서는 가정 폭력이나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박씨 자신도 두 자녀를 낳은 엄마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주위를 분노케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현재 별거 중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현재 전 남편이 키우는 자녀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자녀가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라는 말을 듣거나 이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려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혼을 미뤄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자신이 낳은 아이는 장래까지 생각하면서 정작 보호해야 할 아이를 학대했다는 사실을 수사관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학교와 지역사회 자성 필요
사건이 발생한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주민들은 지난 5일 박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구영지역 학부모와 주민 등 40여 명은 이날 아파트 단지와 전통시장 등에서 "딸을 학대해 목숨을 앗아간 계모를 엄벌하자"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계모를 살인죄로 기소하라' '학교의 학대신고 의무를 강화하라'는 등의 피켓을 든 채 행인들에게 서명 참여를 독려했다.

앞으로 이들은 울산 전역을 순회하며 서명운동을 벌인 뒤 1만명 가량의 서명을 모아 검찰과 법원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지역사회에서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건 현장 주변에 산다는 학부모 최모 씨는 "죽은 아이는 사회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상습폭행을 방치한 것은 학교와 사회 모두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다 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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