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원화源花 미실美室(31)
보스톤코리아  2024-06-03, 11:38:01 
미실의 장남 하종을 이어 12세 풍월주에 오른 김보리의 부모는 이화랑(4세 풍월주 역임)과 숙명공주이다. 숙명은  보리를 가졌을때 황색 신록神鹿의 태몽을 꾸고 그를 낳았다. 보리는 형 원광과 함께 배움에 힘써 보통 아이들보다 뛰어났고, 늘 큰 뜻을 품고 성장하였다. 열두 살 무렵 하종의 문하에 들어가 화랑이 되었다. 나이는 하종보다 9살 아래였지만 늘 감정과 생각이 같아서 동복형제나 다름없었다. 
한편 561년 무렵, 진흥왕이 미실의 아름다움을 익히 알고 사도왕후를 통하여 입궁하라고 명하였고, 그녀의 남편 세종을 변방으로 출정시켰다. 세종의 손윗누이인 숙명은 미실을 입궁 첫날 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카인 미실의 아들 하종은 아들처럼 사랑하였다. 숙명은 늘 하종에게 “나의 아버지 태종각간(이사부)은 곧 너의 할아버지이다. 하늘에 다시 없고 땅에도 다시 없는 대영웅이다. 너는 마땅히 신神으로 삼아야 한다” 라고 항상 말했다. 명석한 하종은 대답은 하였지만 따르지는 않았다. 어머니 미실이 아시공과 옥진을 호신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아시는 미진부의 아버지로 미실의 조부이고, 옥진은 묘도의 어머니이니 미실의 외조모이다).
585년, 하종은 21세의 나이에 우방대화랑右方大花郞483) 이 되었다. 그리고 화랑에 갓 입문한 12살의 고종사촌 동생인 보리를 데리고 신궁으로 참배하러 갔다. 신궁 방문이 처음인 보리는 설레이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이윽고 문을 열고 입장하니 법흥왕을 비롯하여 법흥왕의 후궁 옥진, 아시, 태종 등 전대의 영웅들이 신국 신라의 신궁에서 신으로 모셔져 있었다. 앞에 서서 입장한 하종은 옥진궁주에게 먼저 절하고 나서 법흥왕에게 절하였다. 이에 보리가 어리기는 하였지만 “우리가 오늘 가진 모든 귀한 것은 선제先帝가 내려준 것인데, 어찌하여 그를 뒤로 합니까?” 라고 물으니, 하종이 “선제 또한 말하기를 ‘억조창생이 나를 신으로 여기는데 나는 옥진을 신으로 여긴다’ 했으며, 영실공 또한 옥진궁주에게 먼저 절하고 나서 제帝에게 절했다. 이것이 그 상像이다. 대개 미실이 가르친 바이다” 라고 대답했다. 어린 보리는 하는 수 없이 하종을 따랐다. 그 다음에 그들은 아시에게 절하고 나서 태종에게 절하였다. 보리는 그 순서 또한 의심을 가졌지만 개의치 않았다(이어지는 화랑세기의 기록에는 탈자가 많아서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위의 하종의 대답속에서 옥진이 박영실보다 먼저 죽었음을 알 수 있다. 법흥왕의 누이 보현공주의 아들인 박영실은 옥진과 결혼하였지만, 결혼식날 친히 참석한 법흥왕이 그만 옥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그녀를 후궁으로 삼았고, 대신 과부가 된 딸 지소를 영실과 맺어주었다). 
미실과 숙명은 서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아들들은 좋아하여 조카를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사랑하였다. 동시에 585년에 전방대화랑이 된 하종은 화랑도에 갓 입문한 12살의 보리를 우방화랑으로 삼아 보살펴 주었으니, 보리는 많은 낭도들의 부러움을 샀다. 심지어 미실의 동생 미생도 보리에게 “너는 나보다 낫다” 며 칭찬하였다. 
보리 역시 하종에게 충성을 다하며 곁을 떠나거나 명을 어긴 적이 없었다. 미실 또한 보리를 칭찬하며 늘 “숙명공주에게 좋은 아들이 있으니 나보다 복도 많다” 라고 말했다. 게다가 매번 궁중에서 특식을 내리면 반드시 보리를 불러 함께 나누어 먹었다. 결국 숙명은 미실에 대한 악감정이 조금 누그러들었고, 만년에는 서로 왕래하면서 사이가 좋아졌다. 
한편, 이 무렵 만호태후(진평왕의 모후)는 숙명공주와 함께 진골정통의 인맥姻脈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에 맞서 미실은 자신의 딸 애함艾含을 보리와 혼인시켜 대원신통의 세를 확장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만호는 미실의 계획을 거절하고 자신의 딸 만룡낭주(아버지는 정숙태자이다) 로 하여금 보리의 적처嫡妻로 삼았다. 보리의 아버지 이화랑이 그들의 나이가 어렸기에 망설였지만, 어머니인 숙명은 진흥왕과 사도왕후가 7살에 혼인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의 즐거움을 말해주었다. 결국 이화랑의 침묵으로 숙명과 만호는 자녀들의 혼인을 성사시켰다. 만호는 먼저 만룡을 친히 신궁으로 데려가 공주례를 고하고 곧이어 포사鮑祠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미실의 아들 하종은 화명花明을 좋아하였다. 화명은 보리의 누나이니 부모는 이화랑과 숙명이다. 미실은 이미 보리를 사위로 삼지 못했으니 화명을 하종의 적처, 즉 며느리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만호태후는 이것도 반대하고 화명과 동생 옥명을 진평왕의 후궁으로 들여보냈다. 미실은 많이 언짢아 하였지만 별 다른 방도는 없었다. 이에 보리는 자신이 조카이지만 아들이나 다름없으니 세월이 가면 어찌 또 혼인하는 날이 없겠냐며 미실을 위로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리는 양 인통을 오가며 서로 화해시켰다.
이에 미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뜻을 가진’ 보리가 능히 낭도들을 이끌 자질이 있으니 아들 하종에게 풍월주의 위位를 그에게 양위하도록 하였다. 보리는 사양했지만 풍월주는 보리에게로 이어졌다. 그때가 신해년(591년) 정월이었다.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을 부제로 삼았다.                                                              
483) 화랑도의 직제는 우두머리 풍월주 다음으로 부제, 그리고 전방대화랑과 좌우대화랑이 상층부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전좌우방대화랑의 서열에 관해서는 명확하지 않는데, 화랑세기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방, 좌방, 전방이 그 순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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