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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여왕이 ‘음란한 여인’ 이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후대 학자들의 평가는 진흥왕의 어머니 지소태후와 제27대 선덕여왕을 비교해서 진성여왕이 결코 음란한 여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해 봤다. 이어서 무능한 군주로 평가 받는 것은, 진성여왕 시대부터 신라는 결정적으로 망국의 길을 가고 있었다. 어느 왕조에서나 역모와 반란은 늘 있었는데, 진성여왕은 재위하는 동안에 일어난 반란들을 끝내 진압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후삼국이 형성되었기에 무능한 군주로 평가를 받고 말았다.

진성여왕은 즉위와 동시에 지방의 세금을 1년간 면제해 주면서 선정을 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888년 남편 김위홍이 죽으면서 모든 것이 뒤틀리게 되었다. 재정이 없이 통치를 할 수 없었으니 1년간 면제해주었던 세금을 걷기로 하였지만 지방 주州, 군郡으로부터 세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세금을 독촉하게 되었고, 그 독촉은 오히려 백성/농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표적으로891년에는 북원北原(현재의 강원도 원주)에서 양길梁吉이 부하 궁예弓裔를 동쪽으로 보내서 명주溟州(현재의 강원도 강릉)를 차지하였다. 궁예는 후일 901년에 고려를 건국하였고, 904년 마진으로 개명하였다가 911년 다시 태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892년에는 견훤甄萱이 완산주(현재의 전라북도 전주)에서 후백제를 건국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건의 반란과 호족세력들이 웅거하였지만 936년 왕건이 후백제를 흡수할 때까지 후삼국시대를 형성하였다(신라는 935년 제56대 경순왕 김부가 김봉휴에게 서신을 가지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가서 항복을 청하게 하였다. 기원전 57년에 박혁거세가 세운 ‘천년 왕조’ 신라는 992년만에 운명을 고했다).

진성여왕이 단지 무능해서 신라가 멸망했다기 보다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신라는 제36대 혜공왕 시대부터 많은 것들이 뒤엉키고 있었다. 골품제도의 문란, 귀족과 사찰의 대토지 소유로 인한 농민들의 고충, 불교의 타락, 무엇보다도 왕위쟁탈전은 조정의 분열을 초래했고 결국 백성들의 일상은 불안정해졌다. 거기에 더해 가뭄과 홍수, 지진 등의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의 속출과 전염병은 민초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기록에 의하면 원성왕부터 민애왕까지 약 50년간은 가뭄의 연속이었다.

822년 3월 김헌창金憲昌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백성의 절반이 그를 따를 정도로 민초들의 중앙정부에 대한 믿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비록 ‘10일 천하’ 로 막을 내렸지만 김헌창은 장안국長安國이라는 나라를 세워 임금이 되기도 하였다. 그가 반란을 일켰을 때는 제41대 헌덕왕이 재위하고 있있는데, 헌덕왕 김언승은 원성왕의 장남 김인겸(혜충태자)의 차남이다.

장안국의 왕을 10일간 지낸 김헌창은 누구이며, 그는 왜 반란을 일으켰는가? 그는 신라의 왕(아마도 제39대)이 될뻔했다. 최소한 태자의 자리는 강 건너편에 있었다. 하지만 천운은 그를 외면했다(형 김종기가 있었지만 김헌창의 야망은 용상이었다고 본다).

제36대 혜공왕은 7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 경덕왕을 이어 즉위하였다. 그러나 780년 ‘김지정의 난’ 와중에 살해 당했다. 동성애자거나 성전환자였던 혜공왕은 후사가 없었고, 왕위는 난을 진압한 상대등 김양상이 차지하였다. 김양상 역시 후사가 없이 785년에 사망하였다. 이미 혜공왕을 이을 왕족이 마땅치 않았는데, 족보가 불분명한 김양상이 죽자 조정은 차기 왕위를 이을 왕족을 찾기에 분주했다. 그래서 대신들은 태종무열왕의 차남 김인문의 현손자 김주원을 차기 왕으로 추대하였다. 알천 건너 북촌에 살고 있던 그는 즉위를 위하여 왕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홍수로 불어난 알천을 건너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상대등 김경신이 왕좌를 차지 하였다(785년 음력1월13일). 알천을 제때 건너지 못해 왕위를 도둑맞은 김주원은 후환이 두려워 하슬라(현재의 강원도 강릉)로 피신했다. 787년 하서주(명주)의 도독으로 임명되어 명주군왕冥州郡王에 봉해졌다.

김주원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는데, 장남 김종기는 790년(원성왕6년) 에 시중을 지냈다. 차남 김헌창은 807년(제40대 애장왕8년) 이찬(2등급)의 관등으로 시중에 임명되었다. 813년(헌덕왕 재위시) 무진주(현재의 광주광역시) 도독으로 갔다가, 814년 다시 시중에 올랐다. 816년 청주도독을 거쳐, 821년 웅천주(현재의 충청남도 공주) 도독으로 부임했다.

김헌창은 웅천주 도독 재임시, 과거 785년 아버지 김주원이 김경신(원성왕)에 의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한을 품고(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822년 반란을 일으켜 장안국을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이에 헌덕왕은 난을 보고한 최웅과 영충에게 관직을 내려 다른 장군들과 함께 금성 8방을 방어하게 하였으며, 특히 김충공(민애왕의 아버지)과 윤응은 문화관문(관문성)을 지켰다. 장웅을 선발대로 위공과 제릉이 그 뒤를 따랐고, 김균정(신무왕의 아버지), 김웅원, 김우징(후에 신무왕) 등이 삼군을 지휘하였다. 김헌창의 반란 제압에는 화랑들의 활약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화랑 명기明基는 휘하의 낭도들을 통솔하여 황산黃山으로 출전하여고, 화랑 안락安樂 역시 낭도들을 이끌고 시미지진施彌知鎭으로 향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www.korea.aks.ac.kr),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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