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엄마손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보스톤코리아  2023-06-19, 13:36:21 
=어릴 적이다. 배가 아팠다. 타이레놀은 커녕 아스피린 한알도 귀할 적이니, 다른 처방이 있을리 없다. 오직 동치미 국물인게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길은 동치미 국물보다 더한 약효가 있었다. 명약이었던 거다. 엄마 손이 약손이다를 외면서, 어머니의 따듯한 손은 작은 내 배를 둥글게 쓸고 있었다. 한결 편안해진 내 배가 고마웠다. 약손이 아닌 손약으로 완치된 거다. 

약손 이란다. 동요일 수도 있다. 엄마손이 들어간 건 모두 따뜻하다. 엄마의 약손보다 더한 약은 없다.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
고단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
어릴 적 어미품 배를 어루만지시던
약보다 따뜻한 그 손길이 생각난다
나아라 나아라 울 아가 울지 마라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
(전영랑 ‘약손’ 가사 일부)

한국신문에서 읽었다. 펜타닐이란 약물에 관한 기사였다. 화학을 공부하는 나역시 무심코 넘길 수만은 없었다. 이 약물은 한국에서도 진통제로 쓰이는데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라 했던 거다. 불법 사용자가 훌쩍 늘었다는 말도 덛붙였다. 약물에 중독된 환자사진을 보노라면 섬뜩하다. 부디 약 오용/남용 말지니. 

한국신문 부고기사이다. 한국 중외제약의 회장님이 별세했다는 짧은 기사였다. 놓칠수 없어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나한테는 회장님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꽤 오래전 이이다. 중외제약과 같이 일할 수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동연구였는데, 덕분에 미국 전직장과 그리고 한국에서 만나 뵐 수 있었다. 회장님이 건내주셨던 격려의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 

그 회사의 창립 이념이다. 제약보국製藥報國. 오래된 냄새가 풍긴다만 제약을 통해 조국에 보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거라 이해한다. 중외제약에서도 진통제를 생산하는지 그건 모르겠다. 링거수액을 생산하는 건 내가 안다. 

약이라면 어머니의 손약 뿐이랴.  한권의 책, 한줄의 문장, 한잔의 술, 한 숫갈의 밥, 한숨의 잠도 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마디의 격려가 최고의 약이라 나는 생각한다. 

회장님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고치시니 (누가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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