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花郞世紀, 32세 풍월주風月主 신공信功(23)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보스톤코리아  2023-06-12, 10:53:41 
진성여왕이 왕위에 오르게 된 것은 오빠인 제50대 정강왕이 남긴 유언에 의해서이다. 이에 앞서 정강왕의 형인 헌강왕이 875년에 즉위하여 886년에 사망하였다. 헌강왕에게는 딸만 둘이 있고 적자는 없었다. 다만 서자인 김요가 있었는데, 당시 그는 두살 쯤 되었다. 김요가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헌강왕의 동생인 김황(정강왕)에게로 이어진데 대해서는 김요가 서자로 진골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데 그것 보다는 아마도 그가 너무 어렸기에 동생인 정강왕에게로 이어진 것같다. 

정강왕은 1년간 재위하고 후사가 없이 병사하였다. 그러니 왕위를 이을 수 있는 김요는 당시 세 살 밖에 되지 않았고, 아버지 경문왕의 동생인 김위홍이 상대등으로 권력을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마도 정강왕은 차기 왕위가 숙부에게로 가기보다는 여동생 김만에게로 이어지기를 원했던 것같다. 정강왕이 그의 유언을 상대등인 숙부 김위홍에게 전하지 않고 시중인 준흥에게 전한 것으로 보아 더욱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 

어쨌든 왕위는 여동생 김만에게로 갔지만 숙부 김위홍은 김만이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서로 사통하고 있었다. 또한 김위홍은 왕위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상대등의 권력으로 조카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원했지 않았을까? 삼국사기에는 김위홍이 진성여왕의 정부이자 권력의 실세로 기록되어 있고, 삼국유사의 ‘왕력’ 편에는 진성여왕의 남편으로, ‘기이’ 편에는 진성여왕의 유모의 남편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김만은 어릴적 숙부 김위홍의 아내인 부호부인鳧好夫人의 양육으로 자란 후, 숙부인 김위홍과 사통하게 되었고, 왕위 오른 후(또는 그 이전에) 에는 숙부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위홍은 진성여왕이 즉위한 이듬해인 888년에 사망하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었다(그의 형 경문왕 김응렴이 841년 경에 태어났기에, 846년이란 기록도 있다, 그는 그 이후에 출생하였으니 40~45세 무렵에 사망하였다. 삼국사기에는 그가 죽기 전에 소량리少梁里의 돌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 888년2월).

진성여왕은 즉위와 함께 선정을 펼치면서 전국의 모든 주와 군의 세금을 1년간 면제해주었다. 하지만 888년2월 남편이자 숙부인 김위홍이 죽으면서 왕의 선정은 보이지 않았다. 죽은 김위홍은 혜성대왕惠成大王이라고 추증하였다. 

진성여왕은 김위홍이 죽은 이후 부터는 곱상하게 생긴 젊은 남자들 두 세명을 몰래 궁으로 들여 음란한 생활을 했고, 게다가 그들에게 벼슬을 내려 중요한 국정을 맡겼다. 그러니 왕 옆에는 아첨하고 요행을 바라며 방자하게 구는 자들이 생겨났고, 심지어 뇌물을 주고받는 일이 공공연히 행해졌으니 상벌이 불공정하여 기강이 무너졌다. 이에 당시 조정을 비방하는 글을 써서 붙이는 백성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왕명으로 ‘범인’을 잡아들이라고 하였지만 색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대야주에 사는 왕거인이 모함을 쓰고 잡혀와서 하옥되었다. 그리고 곧 그를 처형하고자 하니, 거인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옥의 벽에다 글을 썼다. “우공于公이 통곡하니 3년이 가물었고 추연鄒衍이 비통함을 머금으니 5월에 서리가 내렸다. 지금 나의 깊은 근심을 돌아보면 옛일들과 비슷한데 높은 하늘은 아무 말도 없이 창창하기만 하구나!” 

거인이 억울함을 호소한 그날 저녁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끼고 천둥이 치며 우박이 떨어졌다. 돌변한 날씨에 두려운 왕은 하는 수 없이 거인을 방면하였다. 

진성여왕은 재위9년째인895년10월에 제49대 헌강왕의 서자이자 자신의 조카인 김요金嶢를 태자로 책봉하였다. 882년경 헌강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수레에 타게하여 유궁(장막으로 만든 임금의 행궁)에 가서 야합을 했다. 그래서 낳은 아들이 요嶢이다. 요는 성장하면서 체구와 용모가 크고 뛰어났다. 그 소문을 들은 진성여왕은 세자에 책봉하기 전에 요를 불러서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나의 형제자매들은 뼈의 생김새가 특이한데 이 아이의 등 위의 두 뼈가 불룩하게 일어나 있으니 진실로 헌강왕의 아들이다” 라고 말했다. 

진성여왕은 재위11년째인897년6월 “지난 몇 년 이후 백성들이 곤궁하고 도적이 벌떼처럼 봉기하니 이는 나의 부덕함 때문이다. 어진 이에게 양위하고 물러나려고 한다” 라 말하고 태자 김요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김요가 제52대 효공왕이다. 14세 무렵에 즉위하였다. 

왕위를 선위한 진성여왕은 동년 12월에 사망하였다. 아버지 경문왕이 20세 무렵인 861년에 결혼하고 즉위하여서 오빠인 헌강왕과 정강왕 그리고 언니인 김명을 낳았기에 진성여왕은 아마도 866~870년 무렵에 태어났다. 그러니 그녀는 30세 전후에 사망하였다. 

역사적 평가는 성적으로 문란하고 무능한 여왕으로 후삼국시대를 열게 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에 동시대에 살면서 894년(진성여왕8년) 왕에게 ‘시무10여조’ 를 올린 최치원은 그녀를 성군으로 기록하고 있다. 어쨌든 그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살아서 왕위를 스스로 선위한 몇 안되는 군주이다. 특이하게도 신라의 세 여왕은 모두 불임이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www.korea.aks.ac.kr),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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