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잃은 세상
보스톤코리아  2012-04-02, 13:40:57 
사진을 찍다 보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촬영하게 된다. 대부분 촬영자의 실수로 혹은 카메라에 대한 오해와 기계의 한계로 인해 생긴다. 지난 컬럼에서 적정노출과 노출보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요번엔 사진에 있어 기본이 되는 초점에 대해 알아 보자.

일단 초점은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사진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 그냥 반셔터에 초점을 잡고, 반셔터 유지하면서 구도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각기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을 해보면, 초점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200m이상의 망원렌즈를 갖고 밤에 경기하는 축구 선수들을 촬영해 보자. 초점이 나가기 일쑤다.

개인적으로, 작년 김연아 선수가 하버드 스타디움에서 자선공연 연기를 할 때도 망원으로 초점을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단순히 타임을 확보해 촬영하는 것은 흔들린 사진이 안 나오게 도움을 줄 뿐,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초점을 정확히 잡기 위해선, 측거점과 코사인 오차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좋다. 모두들 알겠지만 DSLR카메라 뷰파인더에 보면 작은 네모의 점들이 여럿 있다. AF 상태에서 반셔터를 누르면 AF포인트에 불이 들어 오면서 효과음이 들리고 피사체가 선명해지면 초점이 맞은 상태인 것이다. 즉, 측거점이란, 일반적으로 뷰파인더 안에 있는 각 제조사에 따른 초점위치관련 범위표시를 말한다. 측거점은 코사인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적용된 방식이므로 이를 잘 활용해야 초점이 확실히 맞는 결과물을 촬영할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필름 및 디지털 SLR 카메라들은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한 쌍으로 나누어 비교함으로써, 초점이 맞았는지 판단하는 위상차 검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각 초점 센서는 보통 1쌍의 CCD/CMOS 센서로, 길다란 모양의 라인 센서로써 한 방향의 콘트라스트(contrast) 만을 검출하는 수평. 수직센서이다. 하지만 크로스(cross)초점 센서는 보통 2쌍의 CCD/CMOS 센서로 이루어지고 측거점에 수평. 수직 방향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피사체의 양방향 즉, 수평. 수직방향 모두의 콘트라스트(contrast)를 검출하여 초점을 맞출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코사인 오차’란, 초점을 맞춘 후 구도변경을 위하여 카메라를 이동시 자주 발생하는 초점 관련 오차를 지칭한다. 코사인 오차는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구도 변경시 100% 수평, 수직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주 발생한다. <그림1>을 보면 이해가 쉽다. 카메라로 인물 '가'와 '나'를 촬영하려 한다. 이 때 '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나'는 같은 동심원상에 있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다. 초점이 정확히 맞는 것은 카메라와 수직 선상에 있는 '가', 그리고 '라'이다. 따라서 '가'에 초점을 맞추고 초점을 잠근채로 '나'까지 오게 되면 '나'와 '라'의 거리만큼 초점이 빗나가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에 초점을 맞추고 초점고정 후 '가'로 구도를 옮기면 초점은 '가'가 아닌 '다'에 맞게 된다.

그래서 밝은 렌즈를 이용한 촬영시 보다 정확한 초점을 잡기 위해선, 크로스 측거점을 되도록 이용하고, 다른 측거점에서는 보다 신경을 쓰자. 확실한 초점을 위해 조리개를 더 조여주어 심도를 확보하는 방법과 MF(수동 포커스) 초점으로 전환하여 촬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개인적으로 측거점을 이동하되 크로스 초점센서를 많이 이용한다. 코사인 오차를 이해했다면, 초점을 잡고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적용하고, 매번 움직이지 말자.

마지막으로 초점 안맞는 사진이 당신을 슬프게 해도 너무 괴로워 하진 말자. 각 상황에 맞게 부단히 연습하자. 그리고 기억할 점은 초점이 사진의 모든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일부러 초점을 안맞추고도 세상을 찍어보자. ‘사진은 어떤 내용을 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컨셉에 따라 감성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초점이 안맞은 사진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세상을 봐라, 보이는 세상이 어떠한지는 작가의 의도에 달렸다. 때론 초점 잃은 세상을 찍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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