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들을 위한 다소 싱거운 쪽집게 과외
보스톤코리아  2011-11-14, 13:38:22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한번, 11월의 첫번째 월요일이 지난 뒤 첫 화요일에 치러진다. 그러니 내년 이맘때쯤 오바마의 재선 혹은 다른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둘러싼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남짓 남아있다. 역사는 (혹은 표심은) 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보다 나은 중간고사 혹은 기말고사 성적을 남기기 위해 그들의 1년은 어찌 보내는 것이 정석일까?

이 칼럼에서 하딩대통령 이야기를 소개할 때 딱 한번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던 적이 있었다. 일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때로는 역사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 같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최고의 대통령, 최악의 대통령을 선정했던 여러가지 설문이 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꼽는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은 어떤 차이를 보여줄까?

다소 진보적인 미국인들, 다소 보수적인 미국인들이 얼마나 설문에 참여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당연히 다를 테다. 하지만 1대 조지 워싱턴 (George Washington, 재임: 1789–1797),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재임: 1861-1865년) 그리고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Roosevelt, 재임: 1933–1945)는 대부분의 설문에서 꾸준히 최고의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편이다.

하위권도 마찬가지. 15대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 재임: 1856-1859), 17대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재임: 1865~1869), 29대 워렌 하딩 (Warren Harding, 재임: 1921-1923), 그리고 최근 재임했던 대통령 중에서는 리처드 닉슨 (Richard Nixon, 재임: 1968-1972) 등이 대부분의 설문 조사에서 대동소이하게 최저점을 기록하곤 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통령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장군 출신으로 힘없는 신생 미국을 이끌면서도 국내에서의 정치적인 중립을, 외교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나름의 중립을 지킬수 있었던 조지 워싱턴 같은 대통령? 일부 주가 분리를 선언하고 나선 상황에서 남북 전쟁을 북부 (연방)의 승리로 이끌어 연방을 지켜낸 링컨 같은 대통령? 대공황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두려워할 것은 오직 두려움뿐>이라는 말로 미국인들을 다시 일으키고 뉴딜 정책을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같은 대통령?

이 칼럼의 연재가 길어지다보면 한 두번씩은 언급이 되겠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대통령으로서의 과실은 있었다. 국민들이 보는 “바람직한” 대통령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정치란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그러니 역사는 또 반복되더라는 가정하에 일반론을 이야기해보자. 위에 열거한 대통령들은 어쨌거나 “위기”를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어떻게해야 좋은 대통령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극복해야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위기이고,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결과제다.

최악의 대통령이 되는 방법은 다소 간단하다. 첫째, 뷰캐넌처럼 하면 쉽다. 링컨대통령의 전임이었던 뷰캐넌은 연방이 분열해가고 있는 와중에 속수무책 손놓고 있던 장본인으로 평가받기에 최악의 대통령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최악의 대통령이 되는 첫번째 덕목은 무능 혹은 무기력이다. (남,북은 이미 길게는 반세기 넘게 구조적으로 갈등해온 터이기에 뷰캐넌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분 재임시기에 관한 이야기도 추후에 꼭 한번 다루기로 한다)

둘째, 앤드류 존슨을 벤치마킹하면 좋은 대통령 소리 듣기 힘들다. 탄핵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구명된 존슨 대통령은 남부 재건 계획에 대해 정치적으로 입장이 달랐던 의회와 극단으로 대립했다. 다른 의견에 눈과 귀를 닫는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좋은 점수 받는 것은 힘들다.

셋째, 하딩 대통령도 성적 나쁜 대통령의 덕목을 고루 갖추었다. 측근들이 비리 게이트에 줄줄이 엮인다면, 덤으로 무능하기까지 하다면 최악의 대통령에 이름을 남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하딩 전에 18대 그랜트 대통령도 이미 입증했던 방법이다. 그랜트 대통령도 꽤나 빈번히 최악의 대통령 그룹에 이름을 올리시는 분이다).

넷째, 닉슨은 어떨까. 이분 특기는 거짓말, 발뺌, 그리고 끝까지 딴소리하기다 (닉슨 대통령은 사임할때까지 억울하지만 나라를 위해 사임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역사는 닉슨을 데탕트보다는 워터게이트의 거짓말쟁이로 기억한다.

***

요즘 팟캐스트에서 가장 “핫”하다는 “나는 꼼수다 (이하 나꼼수)”를 나는 아직까지 청취해보지 못했다. (그러니 나꼼수를 평가할 자격도 의도도 없다.) 하지만 나꼼수를 청취해보지 못한 나조차도 진즉에 들어 익숙한 나꼼수 유행어가 있는데,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죠”란다.

칼럼을 써내려가면서 “무능하고, 독단적이면서, 비리 스캔들 많고, 거짓말에 발뺌에 능한 대통령…(최악이군요!)”을 상상하다가 그 문장, 나도 한 번쯤 써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역사가 이런저런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 안주더라는 이야기는 그저 일반론일 뿐이니,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너스레따위도 필요 없을터이다. 뭐, 어차피 주어따윈 없지 않은가!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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