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69회 |
보스톤코리아 2010-10-18, 13:30:44 |
간절함으로 그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은 알지. 그 기다림이 얼마나 아픈 고통인가를 안다. 타국에서 살다 보면 부모 형제의 안부가 늘 그립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으로부터 부모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겹지만, 사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달려가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르다. 멀고도 먼 이국 땅에 떨어져 사는 자식을 향한 그 마음이야 무엇으로 다 표현할까. 혹여, 몸이나 마음이라도 상할까 노심초사 자식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자식이 아프다는 얘기에는 어떤 생각이나, 핑계나, 이유없이 달려오신다.
우리 집 큰 녀석이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동네의 병원에서 엄마만 병실에 홀로 남겨두고 훌쩍 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엄마 뱃속에서 아홉 달 내내 건강하다던 태아가 세상 밖에서 겪는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뿐이었을까.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온 가족이 아픔과 시련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아이의 병동에서도 의사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지만, 다행히도 핏덩이의 아이가 수술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약을 계속 먹어야 했고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운동은 할 수 없었다. 곁에서 바라보던 엄마의 심정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녀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두 차례의 수술이 있었다. Boston Children Hospital에서 심장수술만 담당하는 의사니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유명한 분이다. 수술 시간은 7시간이 걸렸다. 수수실을 향하기 전 아이에게 마취를 시킨 후 엄마와 눈이 마주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웨이팅 룸에서 마음을 졸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린다. 한 시간마다 찾아와 수술상황을 일러주는 간호사의 따뜻한 마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그 1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7시간의 긴 수술을 마친 시간은 7년도 넘은 시간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잘 지내다 이 녀석이 고등학교 입학 후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운동 연습 중에 쓰러진 일이 있었다. 다급한 상황이었다. 동네 병원에 실려갔던 녀석은 급하게 헬리콥터를 타고 보스턴 췰드런 하스피털에 실려갔고 이틀을 깨어나지 않았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심장이 뛰고 몸이 아파져 온다. 녀석은 결국 '페이스 메이커'를 달게 되었고 이제는 자신의 숙명임을 깨달아 대학에서 열심히 자신의 공부에 열중하며 즐겁게 보내고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보면 지난 20여 년의 일(아픔, 고통, 기다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 "'First of 33 trapped Chile miners reaches surface...' 미국 NBC News의 5분마다 전해주던 Breaking News였다." 칠레의 산호세 광산에서 매몰광부 33인에 대한 구조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첫번째 구조 대상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탑승한 구조 캡슐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칠레 매몰광부 첫 구조 성공'의 순간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었다. 지하 2,000 feet(700m)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33명의 광부가 매몰 되었다 69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신의 은총이고 기적이었다. 만남, 가족들의 그 긴 기다림의 순간이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대원과 광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으며, 구조는 1시간에 1명꼴로 이뤄졌다. 무엇보다도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캡슐 탑승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구조되어 올라와 칠레 대통령과 진한 포옹을 하는 장면은 대통령과 국민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We made a promise to never surrender, and we kept it,' 칠레 대통령의 약속처럼 믿음과 신뢰로 그 약속을 지켰다. 이렇게 이틀간에 걸쳐 구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매몰됐던 33명의 광부 중 마지막으로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54)가 구조되었다. "'세계가 하나 된 22시간'..칠레 광부 33명 전원 구조, 구조된 광부들은 대부분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뒤 헬기 편으로 코피아포의 병원으로 이송돼 48시간 동안 정식 진료를 받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첨단기술이 동원됐으며, 작업 비용만도 2천200만 달러(약 247억 원)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또 이번 구조작업 실황은 칠레 국영TV의 생중계 화면을 받은 CNN과 BBC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송됐고, 구조현장에는 내외신 기자 2천여명이 몰려들었으며, 각국 주요 지도자들은 환영과 축하의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하였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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