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보수공사
보스톤코리아  2006-05-29, 01:17:45 
이현우 목사
(뉴잉글랜드한인감리교회)

102세를 사시는 할머니를 한 기자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할머니, 102세를 사신 데 무슨 비결이 있으십니까?” 기자는, “청렴하고 단순한 생활”이라든지, “웃으며 살라.”라든지, 또 그 할머니가 목사님의 미망인이었기에, “오직 믿음”이라든지, “쉬지 말고 기도하라.”  등의 대답을 기대하였습니다. 기자는 기록할 준비를 하며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계속해서 숨 쉬면 돼.”
살기 위해서는 계속 숨쉬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살긴 살아도,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어 살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보수작업을 또한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요사이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거의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때아닌 물난리를 만나 어려움 당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큰 재산 피해를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 같이 신변 안전에 예상치 못했던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같습니다.
밤에 빗길을 평소와 같이 운전하며 집에 가다가 하마터면 도로 한 가운데 패인 큰 웅덩이에 빠질 뻔하였습니다. 도로에 패인 곳들이 많았는데, 이 곳을 차 바퀴가 지날 때마다 차가 덜커덩거리며 흔들리는 충격이 있었습니다. 이 충격이 싫어서 패인 웅덩이들을 피해 가며 운전을 했습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웅덩이만 피하려고 하다가는 다음 웅덩이를 못 피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다섯 개의 웅덩이를 한꺼번에 보고 서너수 앞까지 계산을 하며 운전을 해야 합니다. 마치 축구선수가 드리블하며 상대선수를 피하듯이 재밌게 운전하고 있었는데, 그만 깜빡 계산을 잘 못하고 말았습니다. 급히 방향을 바꾸어 큰 웅덩이를 피하려다가 옆 차를 더 놀라게 했습니다.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다행으로 별 일 없이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빗길을 운전하다보면, 도로가 평소보다 더 많이 파손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비 올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차들이 많이 지나다녔는데, 그 때는 괜찮다가 왜 비가 오면 이 곳 저 곳 패이는 곳이 많고, 어떤 곳은 너무 많이 패여서 자동차가 빠지거나 자칫 전복사고로 이어질 만큼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여기 저기 알아보았더니,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물을 강하게 격동시키고, 물은 큰 파괴력으로 아스팔트를 후려치고, 이 때, 아스팔트의 연약한 부분이 조금씩 조각나 떨어져 나가게 되고, 이 부분이 점점 커지게 되어 결국은 큰 물웅덩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그치면 꼭 보게 되는 모습 중의 하나가 파손된 부분들을 때우는 공사입니다. 어떤 도로는 밤을 새워 공사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가끔 웅덩이가 생깁니다. 세파에 강하게 부딪치다 보면, 마음의 연약한 부분들이 떨어져 나가고, 스스로 아물지 못한 곳을 또 얻어맞으면, 이 때는 정말 스스로의 힘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큰 웅덩이가 가슴에 남게 됩니다. 나만 아픈 게 아니라, 이 웅덩이에 걸리는 다른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주게 되겠지요.
도로보수는 아스팔트로 한다지만 마음의 보수공사는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못 생각하여 생긴 실패와 좌절의 상처라면 반성과 회개로 하면 되겠고, 세파에 얻어맞아 생긴 마음의 상처라면 용서로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일곱 번쯤 용서하면 될까요?”라고 말한 제자에게, “일흔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치신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끝 없이 용서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미워하며 사는 것보다는 용서하고 사는 게 더 살기 편하고 쉬운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로 상처 입어 작게 패인 마음의 상처들을 한번씩 한꺼번에 보수해 줄 일입니다. 더 위험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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