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라이방을 기억하시는가
보스톤코리아  2015-09-14, 12:22:58 
  햇빛이 눈부시게 빛난다. 가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벼가 익으려면, 덥고 청명해야 한다. 마른 햇빛은 쨍쨍 빛나야 한다는 말이다. 가을 햇살은 그래서 축복이다. 너무 눈이 부셔 선글래스를 찾아 써야할까 보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 햇살에게)

  선글래스가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 되던가? 색안경이라 해야 할 거다. 하지만, 색안경이라 하면 왠지 촌스러워 보인다. 선글래스 중에  ‘라이방’도 있다. 판문점 남측 우리 병사들이 쓰고 있는 색안경 말이다. 라이방은 상표 이름일텐데, 그냥 그렇게 부른다. 선글래스 ‘라이방’은 여전히 모델이 변하지 않은 듯 하다. 그렇다고 내가 라이방에 무슨 로망이 있는건 아니다. 단지 그 색안경은 눈에 설지 않다. 오래 전부터 봐서 그런가 보다. 맥아더 장군도 파이프에 라이방을 썼던가? 

  반세기도 넘었다. 그날 오월 십육일 새벽 중앙청 앞에서 선 육군 소장 사진이다. 검은 안경은 군모밑에 가려진 그의 눈동자를 온전히 가렸다. 앙다문 입술 모양은 결기가 넘치는듯 싶었다. 무섭기 보다는 오히려 단단해 보였다. 그런 그는 군복을 벗고 양복을 입었을 적에도 선글래스를 즐겨 썼다. 케네디 대통령과 만날적에, 실내에서도 썼으니 말이다. 글쎄, 어렸던 내가 봐도 그닥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선글래스도 어울리고 필요할 때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사진 한 장이 내 눈길을 잡았다. 한국 대통령이 북경 천안문 문루門樓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다른 이들은 모두 서서 열병식을 내려다 보고 있다. 대통령은 노란색 재킷위에 선글래스를 쓰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어색하지 않고, 차라리 여유로워 보였던 거다. 단단하거나 경직되어 보이지 않았던 터. 속내를 보이지 않는 표정이 고단수처럼 보였다는 말이다. 선글래스를 낀 채 앉아 있는 모습은 뭔가 많은 걸 보여 주는 듯 싶었던 거다. 무슨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까? 눈이 부셨나? 그가 선글래스 쓴 모습은 전前 박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란 말이 있다. 오랑캐 손을 빌려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말이다. 삼국지에 나온다. 현대판 이이제이 병법이 한창인 듯 싶다. 미국은 일본을 오랑캐 삼은 듯 하고, 중국은 한국을 앞세우려는 듯 하다. 헌데,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라 했고, 강력한 우방 아니겠나.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오래전엔 중국을 ‘중공’中共이라 불렀고, 우리가 중국을 오랑캐라 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해야겠다. 우방 미국이 한국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기를 빈다. 

  대통령이 썼던 안경 상표를 누가 또 찾아 낼것인가. 상표가 알려진다면 날개돋친듯 팔려 나갈게다. 대통령이 말한 ‘대박’ 나는 거다. 하긴, 대통령이 무슨 핸드백을 들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무슨 구두를 신었는지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대통령표 손목시계도 품귀라 하던데 혹시 누구 차고 있는 이는 없는가?

‘의인의 길은 돋는 햇살 같아서 크게 빛나 한낮의 광명에 이르거니와’ (잠언4:1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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