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귀환 (長年歸還)
보스톤코리아  2013-07-29, 12:17:41 
봄 개나리가 한창이다.  진노란색 물감통을 통째로 흩뿌려 놓은 듯하다. 철쭉 보라색이 떼지어 튀어 나왔다. 초록 잎새속에 도드라졌는데, 노란색과 연보라가 진녹색을 짓눌렀다.  색깔의 조화는 수채화보다 유화에 가깝다. 담백하기보다 기름지고 두터워 보인다는 게다. 기어코 보스톤에도 꽃이 한창이다.  독자제위의 안녕을 묻는다.

‘아파야 청춘’이라 했다. 헌데, 요사이는 장년長年들이 관심을 받는 모양이다. 지난 대선에서 장년의 절망이 박대통령을 당선케 한 힘이었단다. 아픈 청춘과 고단한 중장년中壯年들의 맹렬한 공세에 선방했다니 말이다. 막판 뒤집기였다고도 했는데, 이제 ‘쓸쓸해야 장년長年 이다’라고 말을 만들어야 할까보다. 그렇다고 아픈 청춘을 모른척 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에 따라 세대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는가? 장년長年의 귀환이다.

조용필도 장년長年의 반열에 선지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아직 그를 원로가수라 부르지는 않는다.  활발한 현역가수이고,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다. 그에게 은퇴란 말은 없는 모양이고, 김정구선생만이 원로가수일 게다. 눈물젖은 두만강만이 흘러간 옛가요라는 말이다. 조용필이 돌아왔다. 여전히 그의 노래를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데, 새 노래를 선보였다 했다. 가왕歌王의 재등장이고, 장년 팬들의 귀환이다.

한국인 중 칠백오십만이 베이비 부머라 한단다. 한국전쟁후 오십년대 중반에 태어난 인구부터 한 10여년이라는 거다.  그 그룹이 조용필과 세월을 같이 한 베이비 부머세대이고, 그 세대의 맏형들이 장년이다. 헌데, 그 중 삼분에 일이 고단한 삶을 꾸려간다 했다.  은퇴하고 싶어도 은퇴하지 못하는 인구도 제법 되는 모양이다. 신산辛酸의 세월을 헤쳐왔는데, 한창 청소년일 적부터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귀와 입으로 익혔다. 

안철수가 나오기 훨씬 전인데, 그 시절에는 배철수가 있다. 여전히 배철수의 말솜씨는 버걱거려 매끄럽지 않는데, 노래만큼은 반드시 맵지(辛)만은 않다.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그 때는 세상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알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는 게 옳은 줄 알았던 거다. 하긴 알려고 한다 한들 무에 그리 달라 지는 게 있었을까. 그저 알건 모르건 사는게 사는거지 라고 했던거다.  배철수의 더벅 머리가 몸짓으로 흔들렸고, 전기기타 소리가 쟁쟁 울렸다. 이제는 콧수염에도 새치가 보일 것이다. 

공자가 제자의 질문을 받았다. 지천명을 넘긴 후다.  生생이 무엇인가 했을 적에, 공자 특유의 중언부언 하는 말이 나왔다. 동문서답 같은 말이다. 내게는 그렇게 읽힌다는 말이다. 논어에 큰 감동을 받지 않아, 기대에 못미쳤다는 말이다. 대충 읽어서 그랬겠거니 한다. 
‘미지생未知生일 진대,  언지사焉知死이랴.’ 아직 생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리요. 

노자라면, ‘세상은 물과 같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철수, 배철수는 세상을 이제는 알까? 그도  이순의 언저리 일 것인데,  ‘세상을 알았노라’ 말할 수 있을까? 조용필은 무엇으로 인생을 말할 것인가?
*독자제위는 오해 마시라.  이걸로 세대간에 싸움을 부추길 의사는 없다. 이젠 싸울 힘도 없고, 그럴 의사도 전혀 없음을 밝힌다. 조용필이 돌아 왔다기에 배철수를 먼저 생각했고, 몇자 지껄였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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