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보스톤코리아  2012-05-21, 12:16:49 
일본의 칼,즉 닛폰도는 품질로서는 세계제일이다.
일본도가 세계 제일인 것은 우선 강철의 강도가 유럽최고인 독일이나 스페인의 검보다 앞서있고, 칼등 부분의 연철과 칼날 부분의 강철을 절묘하게 이어붙인 노하우가 유럽제품보다 앞서있다.
부엌칼도 마찬가지이다.일본의 부엌칼은 독일의 헨켈과 더불어 세계최고로 인정받고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부엌칼 가게는 어디일까.아리츠구(有次)이다.서기 1560년, 아리츠구(有次)라는 사람이 교토시내에서 칼 가게 문을 열었다.그로부터 450년.아리츠구는 18대를 이어오면서 여전히 성업 중이다.

아리츠구는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우는 니시키 시장 안에 그 가게가 있다.
그 가게에 들어가보면 무려 5백종이나 되는 부엌칼이 전시되어 있는데 놀란다.아리츠구에서 파는 칼은 크게 나누면 요리점에서 사용하는 칼과 일반 가정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칼은 그 길이와 용도에 따라 나뉘어지는데 생선을 다를 때도 참치처럼 큰 생선과 빙어처럼 작은 생선을 다룰 때 쓰는 칼의 종류가 다르다.

부엌칼은 크게 50종류로 나뉘고 여기서 다시 450종으로 나뉜다.생선의 머리를 자를 때,회를 뜰 때,포를 뜰때,뼈만 발라 낼 때,눈알을 도려낼 때,창자를 발라낼때,복어회처럼 백짓장같은 회를 뜰 때 등 모두 용도가 틀리고,쇠고기만 다를 때 쓰는 칼이 종류별로 따로 있으며,채소를 다룰 때 쓰는 칼도 따로 있다.

모든 칼을 만들 때 아리츠구가 신경쓰는 것은 두가지.
1. 재료가 잘렸을 때에도 맛이 좋아야한다.
2. 사용할 때 즐거우며 칼의 중량감이 어느 정도 느껴져야 한다.

채소는 칼에 의해 잘렸을 때 영양소가 파괴되는데, 칼날이 예리할 경우 그렇지 않다. 무딘 칼은 섬유질을 뭉개버리지만, 예리한 칼은 섬유질에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있다.

실제로 아리츠구가 만든 생선회 칼 중에는 살아있는 도미의 양쪽 살을 한 뼘 쯤 베어낸 후 다시 물에 놓아주어도 도미가 자신의 살이 거의 다 잘린 것도 모르고 헤엄을 쳐 갈 정도이다. 신경을 하나도 다치지 않고 살만 베어냈기 때문이다. 그만큼 칼의 품질이 좋다.

아리츠구에서 파는 식당용 칼의 가격은 가장 싼 것이 1만200엔(14만원)이고 비싼 것은 15만 엔(200만원)정도 한다.또 고객들을 위해 이름을 칼자루에 새겨서 넣어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한글자에 200엔의 요금이 추가되지만,큰 인기를 끌고있다.

아리츠구는 450년전부터 이미 천황가에 부엌칼을 납품하는 어용상인으로 지정되었고,지금까지도 천황가에 칼을 납품하고있다.

현재의 사장은 18대인 데라히사 호신이치로(寺久保進一郎.72)씨로 1939년 교토에서 태어나 17세 때 가업을 이었고,이후 55년간 가게를 운영하고있다.

<우리의 목표는 한 자루의 칼에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라히사 사장의 말이다.

데라히사 사장은 매월 요리교실을 연다.요즘 일본의 새댁들이 부엌칼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부엌칼을 용도에 맞추어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강의를 해주고 있다. 부엌칼의 목표는 각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최대한 살리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어떻게 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사용법인가를 강의 해준다.그러나 그것안 가지고는 재미가 없으므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제23회),<인간의 도시, 자연의 도시>(제25회),<전통과 현대의 조화> 등 교양강좌를 곁들인다.말하자면 교토의 전통과 문화를 알려주는 일도 하는 것이다.

“옛날에 만든 물건도 좋았지만, 요즘 시대에 맞춰 새롭게 만든 물건도 좋았다.”라는 말을 들어야 진정한 상인이다.“
데라히사 사장의 말이다.

상인이라고 해서 전통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상인도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다만 그 방향이 좋은 쪽으로 변해야 한다. 경기는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고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는 노력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면 전 세계로부터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
이 한마디 말 속에 지난 450년, 일본 최고의 칼 가게인 아리츠구의 철학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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