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칠순
보스톤코리아  2012-04-23, 12:40:16 
4월 12일은 아내의 칠순이었습니다. 별로 자랑할게 없어 애석한 사람에게 와서 43년동안 고생만 한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애잔하고 아쉬운 마음 담아 뉴욕 맨하탄에 사는 아들 내외 두 손녀와 함께 잔잔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여자를 평가할 때 3씨가 있다 하던데 그 첫째가 마음씨, 둘째가 솜씨, 마지막으로 맵씨랍니다. 아내와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43년이 지나고 보니 세가지 모두 갖춘 훌륭한 여성이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성질이 불같아 싸우기도 많이했고 온몸이 종합병원같아 oioc수술 세번 귀, 코 수술, 한군데 빼놓고 멀쩡한 데가 없는 사람인데 뒷끝이 없었고 아들, 딸 낳아주고 두 손자, 두 손녀 이어줬으니 임무 완수했고 음식 솜씨 끝내줘서 제 입맛 수준이 높아져 왠만한 음식은 입에 맞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지만 주위에서 소민이 났어요.

양띠는 맵씨가 일품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어디가기 전 1시간 준비작업(화장)을 합니다. 특히나 머리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깔끔하고 단정해서 보기 좋아요. 역시 음식은 맛을 봐야 알고 사람은 같이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사실 같아요.

특별히 아내에게 고마운 것은 아들이 미국 여성과 결혼하는 바람에 당찬 마음 고통을 잘 견뎌줘서 고맙고 그래서 저는 그 손녀 덕에 혈통적으로 25.25% 아메리칸이 됐습니다. 며느리 루즈 칠하는 것 못봤고 청바지 차림이지만 눈동자만은 단단해서 왠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자립심, 독립심이 분명히 있고 아내가 쓰던 가방을 받고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어요.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 이뻐요.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모자람의 은총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히 재주는 주지 않으셨고, 계산에 아둔하고 생각없이 말을 하고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저는 많이 모자라는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 모자람을 주님께서 채워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매달리게 하고 더 가까이 가게하고 그리고 절대절명의 순간에는 꼭 붙들어 주셨습니다. 나이 72살에야 느꼈습니다. 참 아둔하지요. 오래 기다리던 비까지 주셨고, 정말 뜻있는 하루가 됐습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오래된 거울을 알았습니다. 새 거울을 통해 더 또렷이 내 모습, 딴사람 모습 보라고 사실 거의 모든 것은 마음할 탓인데 있다가 없어지는 모습에 꼭 잡혀서 잘못 판단하고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하는데 세월이 가면 변하는 것에 마음쓰지 말자고 그런 의미에서 제법 큰 거울을 달았습니다. 생일 카드에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이렇게 모자라는 사람에게와서 고생 많이 했다고.

아내는 절 보고 남자가 꼬리를 너무 내리면 못쓴다고 합니다. 그말도 옳은 말이예요.
확실히 인생은 두 가지 길입니다. One Way가 아녜요! 집 뒷뜰에는 개나리가 퍼지게 웃고 섰고, 새 모이집에 온갖 새들이 옹기종기 열심히 모이 먹느라 바쁘군요. 아무래도 작년에 눈이 적게와서 모기 극성이 심할 듯 싶네요. 작은 일에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넘기세요. 흐르는 물은 썩지 않습니다. 그냥 보내세요. 주님 늘 모자라게 만들어 주시고 가득 채워주지 마시고 늘 당신을 가슴 가운데 모시도록 허락하소서. 그래서 우리 모두 당신 안에 하나되게 하소서.

서일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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