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무법자
보스톤코리아  2012-04-09, 15:07:42 
지난 컬럼에서 초점에 대한 이해와 코사인 오차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번 컬럼에선 우리가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자 흔히 들어왔던 ‘스냅사진’에 대해 알아보자.
인물사진은 크게 스냅사진과 포즈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스냅사진은 피사체가 되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포즈나 행동을 담을 때 많이 활용하는 기법이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재빨리 찍는다고 해서 '순간사진' 즉, 스냅사진이라고 하는데, 보통 포즈사진(pose shot, 연출사진)의 반대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굴 위주의 촬영보다는 어떤 인물의 상황을 재빠르게 낚아채는 것이 스냅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데, 일상이나 여행에서 자주 찍는 캔디드 사진(Candid shot,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찍은 사진)도 스냅사진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참고로, 캔디드 사진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사진가가 바로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이다.

스냅사진과 반대되는 개념이 포즈 사진(연출사진)인데, 연출사진은 보다 초상적인 개념의 사진이다. 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물의 섬세한 표정이나 포즈를 요구할 수 있고, 연작의 형태로도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다큐사진의 거장, 스티브 맥커리 역시 '포즈사진'을 통해 그만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의도한 포즈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물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중요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스냅사진을 찍다 보니, 적당한 주문을 하게 되면서 연출사진이 되고, 연출사진을 찍다 보니, 그 중에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이 더욱 멋있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각 사진의 성격으로 보면 다르지만, 촬영상황에선 다양한 변수가 생기곤 한다.

인물사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찍고 싶은 대상을 섭외하고 친해지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냥 막 찍으면 될 것 같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찍는 인물사진은 아무 느낌도 없는데다 사람의 표정마저 시큰둥해서 별로일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그걸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해내기 위해선 사람간의 소통과 공감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즉 낯선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 특유의 표정과 포즈를 잡아내기 위해서 사진가는 다양한 방편의 소통을 해야 한다. 친밀감이 쌓이다보면 렌즈 앞에서도 상대방의 표정과 포즈는 자연스러워진다. 그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꽤 복잡할 것 같은 이런 과정들이 거의 순식간에 이루어질 때도 상당히 많다.

사진가의 지시나 의도에 의해 촬영되는 포즈사진은 '진실성의 결여'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캔디드 사진은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이나 행동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데, 특히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촬영 소재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만에 소풍 가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이나, 집 안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도 촬영 소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물론, 의미 없는 이미지의 나열보다는 사진 속에 사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냅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촬영에 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카메라를 손에서 절대 놓지 말고 주위의 모든 것에 시선을 집중하여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사진은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두는 시간이 아닌 카메라를 손에 든 시간에 대해서 보상해 준다.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순간을 보았을 때 이것을 촬영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동안에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간 후이다. 스냅사진을 촬영할 때는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우선 빨리 셔터부터 누르고 볼일이다. 스냅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스냅사진을 잘 찍기 위해선, 프로그래밍 모드나 타임우선 모드를 이용하면 좋다. 별 다른 조작없이 뷰파인더로 본 것을 바로 촬영할 수 있어 빠르게 셔터찬스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손에 익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와 장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걸 그 순간에 써먹지 못한다면 매우 슬픈 일이다. 자신의 카메라와 장비의 조작법을 숙지하고 항상 손에 익도록 연습해야 한다.
‘석양의 무법자’라는 영화를 떠올려보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총을 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이와 비슷하게, ‘얼마나 보이는 상황들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되도록 빨리 촬영하느냐’에 따라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스냅사진이 나올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카메라를 들고 석양의 무법자가 돼보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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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boston
2012.04.16, 15:18:33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손떨림방지를 위해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는 사진에 대한 그 분의 열정.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라는 그 분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IP : 24.xxx.115.239
boston
2012.04.09, 20:35:32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손떨림방지를 위해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는 사진에 대한 그 분의 열정.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라는 그 분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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