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펠링 배우기 전에 공학 수업
보스톤코리아  2010-06-17, 18:14:27 
유치원에서 집을 지어 보면서 공학의 기초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유치원에서 집을 지어 보면서 공학의 기초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미국 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영어 스펠링도 제대로 익히기 전에 공학 수업을 하는 등, 이른바 공학 조기 교육 붐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학생들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서부터 공학 수업을 듣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뉴저지 주 글렌 록에 위치한 클라라 콜먼 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유치원(kindergarten)생들이 큰 늑대로부터 아기 돼지 3형제를 보호하기 위한 집을 만들었다. 비록 종이컵과 나무 막대 등으로 만든 모형 집이긴 하지만, 늑대가 이 집에 숨어 있는 아기 돼지들을 잡아 먹으려면 음성으로 작동되는 보안 장치가 달린 문을 통과하고 나서 다시 숨겨져 있는 문을 찾아야 하고 이후에도 이 집에 장착된 몇 가지 보안 장치를 뚫어야만 한다.

이 학교 학생 중 상당수가 공학(engineering)의 스펠링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전교생 300명 전원이 공학 이론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10만 달러를 투입한 과학 교과 과정의 일부로 유치원생부터 5학년까지 전교생이 연간 10∼15시간의 공학 수업을 받고 있는 것.

예전 같으면 방과 후 수업 중 로봇 공학 클럽이나 여름 방학 캠프에서 수업을 듣거나 아니면 대학 입학까지 기다려야 들을 수 있었던 공학 수업이 정규 교과 과정의 일부가 된 것이다.

공학 조기 교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공학 교육이 수학과 과학 기술을 보강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창조력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어려서부터 공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이 충만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보스톤 싸이언스 뮤지엄이 개발한 공학 교육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크리스틴 커닝엄은 “어린 아이들은 공학을 배울 수 없다는 말을 항상 듣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은 타고난 공학자이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의 공학 교육 프로그램은 20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미국 50개 주 3,000 개 이상의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교육 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43억5천만 달러의 예산을 각 주 정부에 지원할 예정인데, 이 자금의 대부분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른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연방 의회도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공학 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의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학 조기 교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공학 프로그램을 얼마나 이해하고 흡수하는지 의문인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이런 과목에 사용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제닌 리밀러드 교수는 “단지 아이들에게 공학 문제를 풀라고 주는 것이 학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떤 과목이건 효과를 내려면 훌륭한 강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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