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수련1
보스톤코리아  2008-11-03, 22:59:03 
수련1 (조정인)

얼음장 밑에 울컥, 입덧하던
못의 연둣빛 몸이 눈에 띠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못 가를 어슬렁대다가 돌멩이 하나를 주워 던졌다
못이 배를 움켜쥐었다
그때 내 아랫도리도 찡하니 아팠다

칠월의 어느 아침 못이 이마가 훤칠한 수련을 낳았다
오래 망설이던
못의 괄약근이 움찔 벌어지는가 싶더니
미미하게 꽃피는 소리 들려온다
물의 어둔 살에 탯줄을 댄 저 식물성의 울음소리
수면에 게자리 낮별들이 내린다
바람이 불어오고 못이 아련한 미소로 답한다

네 입술이 이마를 스쳐갈 때 미풍이 일었다
그 날 이후 내게도 그늘이 생겼다
못처럼 깊어진 몸 어디선가 꽃 그림자 떠오른다

해설
이 연못이 수련을 낳는 광경을 지켜보라. 저절로 경건해지지 않는가. 수련이 피어나는 정경이 선명하게 클로즈 업 된다. 인간의 탄생과 무엇이 다른 것이 있으랴. '식물성의 울음소리'를 내놓고서 '아련한 미소'로 답하는 못의 저 깊은 속내가 무한한 모정처럼 숭고하고도 경이로움을.

조정인 시인은 서울 출생. 1998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동시집으로 <새가 되고 싶은 양파>가 있으며, 토지문학제 시 대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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