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백년 정거장
보스톤코리아  2008-03-31, 11:38:27 
백년 정거장
유홍준(1962)

백년 정거장에 앉아  기다린다 왜 기다리는지
모르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어버렸으면서 기다린다 내가 일어나면
이 의자가 치워질까봐 이 의자가
치워지면 백년 정거장이 사라질까봐 기다린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이제 돌아오면 안된다 오늘도 너는 정거장에서 파는
잡지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너는 정거장 한구석에서 닦는
구두처럼 기다린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뽕짝을 틀고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해질녘에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바닥이 더러운 정거장에서
천장에 거미줄 늘어진 정거장에서
오늘도 너는 왜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

해설
문득 그대는, 내가 왜 사는가, 무엇을 기다리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바로 이 백년정거장에서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고 이 시가 짚어준다. 그대는 고개가 끄떡여질 것이다. 우리가 이 백년 정거장에 머물다 떠나가면 또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그 여행자라는 것을.

유홍준 시인은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등이 있으며, 윤동주문학상,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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