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숨
보스톤코리아  2008-03-31, 11:36:51 
숨                                                                          

2007년 작
감독 : 김기덕
주연 : 장첸, 지아, 하정우

집에서 흙만 만지지 말고 뭐라도 좀 해. 사람도 좀 만나고.......’ 남편은 늘 집에만 있는 아내에게 한마디 합니다. 정말 안쓰러워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답답하고 부담스러워서 하는 말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사형수 장진에게 면회를 가느라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면 또 한마디 하죠. ‘요즘에 어디 가서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갑자기 위기의식이 생긴 걸까요?  

‘집에서 뭐해?’, ‘어딜 그렇게 다녀?’ 이런 말을 주로 듣는 편이세요? 아니면 하는 편이세요? 남편들이 주로 아내에게 툭툭 내 던지듯 하는 말이지요. 이런 말에는 권태로움이 묻어나고 한심스럽다는 짜증이 섞여있습니다. 입장이 바뀌어 일하는 아내와 살림하는 남편의 경우는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겠지요. 물론 맞벌이 부부는 적어도 이런 대화는 하지 않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별것 아니고 아주 사소한 것이 그리고 별 뜻 없이 했다는 그 말이 사실은 얼마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지 말입니다.

말이란 화살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활을 떠난 화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결국에는 겨눈 곳을 찌르고 맙니다. 말도 그렇지요.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영화 ‘숨’에서 사형수 장진은 다가오는 죽음이 두려워 여러 차례 자살을 기도합니다. 번번이 실패했지만 후유증으로 말을 못하게 되지요. 아내는 장진에게 많은 말을 합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죠. 하지만 남편과 있을 땐 거의 듣기만 합니다. 말은 주로 남편이 하죠. 그렇다면 왜 장진에겐 속마음을 내보일 수 있었을까요? 혹시 장진이 말을 못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인간은 참 이중적이고 자기 위주인 모순덩어리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싶은 반면, 듣기 싫은 말은 한마디도 듣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자신이 말할 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고, 상대방이 한 말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말은 사람과 사람을 소통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말 한마디가 사람의 숨통을 조이기도 하고 트이게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숨 쉬듯이 말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말 한마디가 사람의 숨통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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