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5주년, 미국의 대외정책에 남긴 것은
보스톤코리아  2008-03-31, 10:55:02 
도덕주의와 군사중심주의의 충돌



이라크전이 5주년이 넘어가면서 이라크전이 미국의 정치, 경제, 윤리 등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시사주간 타임스는 이라크전이 미 대외정책의 도덕주의와 군사주의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지난 20일 제공하였다.

미국이 5년 전 이라크전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 정치인들은 두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첫째는 미국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이라크전이 결정됐던 2003년 미국인들은 파나마, 코소보,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쟁에서 연달아 승리했다는 들뜬 기분에 취했기에, 베트남전의 아픈 추억은 이미 기억 속에서 흐려져 있었다.

둘째는 이라크인도 미국이 승리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신뢰다. 실제, 폴란드와 체코는 소련군이 물러갔을 때 환호했으며, 아프가니스탄도 탈레반이 사라졌을 때 기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 사람들도 미군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정치인 사이에 깔려었다.

이러한 두 가지 확신이 이라크전 발발의 주 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5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는 군사주의와 도덕주의가 긴밀히 결합하여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왜 시작됐는지 언제 끝날지에 대해 아무런 답이 없는 지금, 군사주의와 도덕주의의 결합이 붕괴하면서 이라크전의 도덕적 정당성은 회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민주당의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는 미국이 국제적으로 신뢰를 되찾아야 하되, 군사력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주장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도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란인이 이에 대해 감사할지는 확신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미국의 군사주의와 도덕주의가 함께 갈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야 할 처지가 되었다.

타임지는 베트남전 직후에도 오늘날 목격되는 군사주의와 도덕주의의 불균형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당시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이 ‘군사력’보다는 ‘자유’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인권을 그의 대외 정책의 근본신조로 삼았다. 반면, 보수층은 베트남에 더 많은 군사력을 쏟아 부었다면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군사력의 도덕적 정당성 문제는 냉전체제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오늘날같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도덕주의와 군사주의의 간격이 좁혀지는 시기였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는 미국적 민주주의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고,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에는 미국 내 좌파들도 인도적 목적으로 해이티, 보스니아, 코소보 등지에 파병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이라크전이 도덕주의와 군사주의의 문제를 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군사력을 통한 평화와 안정을 여전히 주장하지만, “미국의 주요 이익과 우리의 신념은 하나”라던 부시 대통령식의 순진한 도덕주의적 군사주의를 내세우는 사람을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타임지는 현재 부상 중인 보수주의 대외정책은 “미국 외 국가들이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 완화된 무관심주의라고 지적한다.

물론, 도덕과 군사력은 여전히 미국의 대외정책의 두 근간이다. 도덕주의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강한 군사력을 소유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논리이자, 군사주의가 맹목적으로 전쟁으로 흘러가는 것을 제어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 대외정책에서 도덕주의와 군사주의의 조화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개입한 전쟁의 결과가 건강한 민주주의 설립까지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게 한다.

건강한 민주 사회를 만드는 데는 군사력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촌에는 미국과 같이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타임지는 “5년 전 끔찍한 전쟁으로 우리를 내모는 데 일조한 열정을 미국이 포기할 필요는 없다”라며, “단지 그 열정의 방향을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전의 정당성 문제가 미국 사회 내에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고 미국의 국제사회에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만큼, 과연 미 대외정책에서 군사주의와 도덕주의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력’과 ‘국제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군사력’을 판단할 때 사용되는 도덕적 잣대를 보다 섬세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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