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인종연설, 성공적 평가
보스톤코리아  2008-03-31, 10:54:17 
언론은 긍정적, 학자들은 후한 점수‥반면 보수와 담 높였다 평가도



버락 오바마 후보가 인종 문제로 촉발됐던 고비를 연설을 통해 넘기면서 미 대선에 새로운 자극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오바마 후보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이 닥쳐왔다. 오바마 후보의 출석교회의 담임목사이자 정신적 스승인 제레마이아 라이트(Jeremiah Wright) 목사의 '빌어먹을 미국(God damn America)' 발언이 문제시되며 유권자들의 지지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라이트 목사는 2003년 4월에 미국이 테러를 조장하고 흑인 차별정책을 펼쳐왔다며, "정부는 우리에게 신이 미국을 축복한다고 노래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니다. 빌어먹을 미국이다"라고 설교했다. 이 설교가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시점에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하면서, 오바마 후보의 애국심과 대선후보로서 자질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오바마 후보는 즉각 자신은 라이트 목사를 존경하지만, 그의 모든 생각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호했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고, 여론조사에서는 49%의 전국 지지율을 획득한 클린턴 후보에게 오차범위를 벗어나 7% 차로 뒤지게 됐다.

▲ 오바마 인종연설이라는 초 강수 선택
결국, 오바마 후보는 지난 18일 미 헌법의 상징인 필라델피아 내셔널 헌법 센터 앞에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인종연설을 펼치는 대담한 도전을 했다. 37분에 달하는 긴 연설은 케이블 텔레비전으로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연설에서 오바마 후보는 "노예제라는 원죄로 더럽혀진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미완성"이라며, 인종 간의 갈등을 넘어 화해와 변화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다.

일단 오바마 후보는 라이트 목사의 발언이 미국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지만, "라이트 목사는 나를 기독교 신앙으로 이끈 분이자 내 아이에게 세례를 준 분"이라며 여전히 그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오히려 오바마 후보는 "라이트 목사 발언 뒤에 실재하는 인종차별의 유산을 읽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인들에게는 "흑인들이 차마 공공연하게 말 못하고 동네 이발소나 부엌 식탁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낼수 밖에 없는 분노와 좌절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고, 흑인들에게는 "백인들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조상의) 잘못 때문에 흑인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더 큰 혜택을 받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후보는 희망과 변화라는 자신의 선거공약을 강조하며 연설을 끝맺었다. 그는 인종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보다 완벽해지려 노력해 왔고 조금씩 전진해 왔다"라며 인종과 계층을 넘어 희망과 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후보의 출석교회 Trinity United Church of Christ도 언론이 교회를 정치적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라이트 목사 발언이 인종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교회 측에서는 언론이 우파들에게는 교회를 인종 분리집단으로, 좌파들에게는 오바마 후보를 낙마시키는 걸림돌로 보게 하였다고 주장했다.

▲ 오바마의 연설 폭발적 반응 일으켜
한편, 오바마 후보의 인종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인종 관련 논쟁을 정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높이 끌어올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USNews는 노예제, 흑인의 분노, 백인의 적의, 변화에 대한 당위성 등이라는 논란 많은 주제를 다룬 오바마 후보의 용기에 큰 점수를 주면서 "이 연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에이브러함 링컨 대통령의 연설과 유사한 수준의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오바마 후보의 인종 연설에 대해 더 후한 점수를 줬다. 올랜도 패터슨(Orlando Patterson)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는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감동적 연설 중 하나로 후세에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 켈리(Robin D. G. Kelley)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번 연설이 "진정으로 역사적이었다"라며 "(오바마의 메시지는) 미국 흑인들의 변화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심장과 문화의 진정한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하워드 대 신학부의 알톤 폴라드(Alton Pollard) 학장은 신의 계시가 역사에 출현하는 시점이라는 뜻의 카이로스(kairos) 개념을 사용하면서 "(인종연설은) 오바마에게 카이로스의 순간이었다"라고 묘사했다.

모하우스대 리더쉽센터의 월터 얼 플루커 (Walter Earl Fluker) 소장도 오바마 후보 연설의 배경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배경과 완전히 다르다며 "(오늘날 오바마가 직면한 문제는) 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심어줬던 꿈이 미국의 현실 앞에 다시 꺾인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이었다. 이 패배감은 매우 힘들고 가혹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킹 목사가 과거에 그러했듯이,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오바마는 그가 직면한 문제의 복잡성을 단도직입적으로 건드렸고 그것을 미국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제시했다"라며 이번 연설의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의 경쟁자인 클린턴 후보는 "그가 인종 문제를 거론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짧게 논평했다.
오바마 후보의 인종 연설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다. 오바마 후보의 연설 후 그 연설에 감동을 받은 히스패닉계 정치인 빌 리차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가 오바마 지지선언을 했고, 이를 반영하듯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후보는 48% 대 45%로 다시 클린턴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너무 직설적으로 인종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이 연설로 말미암아 오히려 그와 보수층 사이의 담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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