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이 만들지 않았다”
보스톤코리아  2008-03-20, 11:39:07 
▲ 조지워싱톤대학 브랜진스키 교수


그렉 브랜진스키 교수,  하버드 한국학 연구소 강연서 밝혀



과연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20세기 미국의 대외정책의 성공적 모델인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정당성과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잃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세기의 성공적 대외정책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대외정책을 조망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이라는 비극을 뒤로 하고, 짧은 시간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어 낸 한국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좋은 모델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13일 하버드 김구 포럼에서는 조지 워싱턴 대학의 그렉 브랜진스키(Gregg Branzinsky) 교수가  "’대한민국에서 국가 형성: 한국인, 미국인 그리고 민주주의 만들기(National Building in South Korea: Koreans, Americans and the making of a Democracy)’라는 주제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한국의 민주주의 정착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강의를 펼쳤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논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을 극대화시켜 해석하려는 미국 극우파의 목소리와 한국의 자생적 토양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한국 극좌파의 목소리를 동시에 견제했다. 즉 "미국의 대외정책과 이를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한국의 힘의 조화로운 조합이 오늘날의 한국을 형성했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브랜진스키 교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세계 역사를 결정지었던 제국주의가 막을 내려가면서 20세기 미국 외교 정책의 주안점 중 하나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의 '국가 형성 (National Building)'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은 ‘국가 형성’을 위해 필리핀, 대한민국, 베트남, 이란 등에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하였고, 현재는 이라크에 돈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냉전시대에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공산주의 국가와 대결하기 위해, ‘국가형성’은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적극적 투자와 외교에도 불구하고 모든 나라가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브랜진스키 교수는 미국의 20세기 외교 정책 중 한국만큼 성공적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국가형성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 다양한 역사적 우연성이 결부되었다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즉,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의 한국이 미국이 계획한 대로 형성된 국가인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그 때 그 때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하였을 뿐이고,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원조를 받는 한국 역시 상황에 맞게 반응하였을 뿐이다. 결국, 정권에 따라 변해온 미국의 대외정책과 한미 양국의 역사에 산재해 있는 우연적 요소들이 종합되어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한 것이다.

브랜진스키 교수는 다른 여러 개발도상국 혹은 3세계 국가와 달리 한국은 독특한 정치 경제 발전과정을 거쳤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다른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방 이후 오랜 기간 독재정권 아래서 신음하였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한국은 '단순 독재 체제'가 아닌 '개발형 독재 체제'를 형성하게 되었다. 즉,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강력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한 개발 중심의 독재정권이 성립된 것이다. 미국은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반공주의에 높은 점수를 주며, 미국식 민주주의 이상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당시 한국 정권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비판적 역사가와 정치학자들은 미국이 박 대통령 당시 '민주화'라는 이상보다 '아시아 지역의 안정성'이라는 미명하에, 한국의 독재세력을 두둔했다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랜진스키 교수는 "동시에 미국은 한국사회에 새로운 기관들이 발전하도록 장려했다"라고 주장한다. 즉, 미국이 한편으로 독재정권을 지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소개하면서 장기적으로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러한 교육기관들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이상을 한국 사회에 퍼뜨리는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브랜진스키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이와 같은 '개발형 독재체제'를 통해 '자유 민주주의'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미국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오랜 역사적 전통과 일본 식민지 체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응하는 한국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강의 내내 강조했던 것은 바로 한미 양국의 상호작용과 역사의 여러 우연적 요소들이 함께 조합되면서 오늘날의 한국이 있게 되었다라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 브랜진스키 교수의 강의는 미국 정부 문서와 한국의 사료를 동시에 종합해 나가면서 한미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제, 그는 미국 학계 내에서 한국과 미국의 자료를 동시에 활용하는 주목 받는 젊은 학자 중 하나이다.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미국과 동아시아 관계, 한국 역사, 동아시아 정치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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