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기는 반지성주의에서 비롯
보스톤코리아  2008-03-20, 11:31:07 
미국은 비이성주의 시대에 접어들었나


현대 미국 사회 위기의 근원 중 하나가 미국인의 반이성주의와 반지성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 대표적 목소리로 최근 『미국 비이성의 시대(The Age of American Unreason)』라는 저서로 미국의 지적 빈곤의 원인과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한 수잔 자코비(Susan Jacoby)를 들 수 있다.

자코비는 현재 미국 사회의 반지성주의와 반이성주의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책 대신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주요 지식의 창구가 되면서 미국인들은 날이 갈수록 수동적이고 무지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의 미국의 대중문화는 무지함을 찬양하고 논리적이고 비판적 사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그 결과 "기억과 지식의 위기"가 찾아왔고, 이러한 위기는 "미국 지성의 두 축인 독서와 대화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그는 지적한다.

물론 반지성주의와 반이성주의는 21세기 미국만의 현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코비는 현대 미국의 문제는 "지난 20년간 지식과 정보의 총합이 늘어난 것에 비례하여 반지성주의와 반이성주의가 함께 급성장하는 역설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의 통계에 의하면 18-24세 사이의 미국인 중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주요 국가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한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의 42%가 일본이 어디 있는지 몰랐으며, 15%는 지도에서 자기 나라를 찾지 못했다. 58%의 미국인이 신문 사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심지어 과학과목에서 A를 받은 학생조차 물이 끓는 온도를 알지 못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 청소년의 절반이 남북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몰랐으며,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를 모르는 학생도 25% 정도였고, 1492년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18세기 중반 이후 일어났다고 응답한 학생도 25%였다.

자코비는 이같은 정보를 알지 모르는 '단순 무지'와 이러한 무지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반지성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단순 무지가 아니라 이미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반지성주의인 것이다. 자코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거슬러 가서 반이성주의의 근원을 찾는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과 근본주의 종교의 출현, 그리고 사이비 과학의 대중화가 미국인들이 비판적 사고와 암기에 등을 돌리게 하였다고 분석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자코비는 비디오와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사고와 반성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반이성적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비디오와 인터넷은 정보의 홍수를 가져다줬지만, 우리가 비디오와 디지털 미디어에서 얻는 것은 '정보'이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은 '정보'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반성과 성찰, 비판, 참여를 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혹자는 인터넷을 통한 독서도 지식을 형성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코비는 온라인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신문사의 예를 제시하며 반론을 제기한다. 신문사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 젊은 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온라인 기사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신문을 읽는 젊은 독자의 수는 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신문을 읽는 독자들은 종이 신문을 읽는 독자보다 기사를 더 적게 읽었으며, 이해의 정도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 미국의 반이성주의와 반지성주의의 폐단은 직접적이고 파괴적이다. 자코비는 그 예로 이라크전을 들었다. 많은 미국인은 이라크전 결정에 있어 국민이 정부에 속았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전에 관련해 사람들이 '나는 속았다'라고 말할 때 왜 우리는 그토록 거짓말에 쉽게 속을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즉, 미국인 대다수가 이라크가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고, 타문화에 대해 무지하며, 미국의 정책과 역사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이라크전이라는 큰 문제는 미국인 자신의 무지함에서 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은 1963년 리챠트 호프스태터의 문화비평서 『미국 생활에서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in American Life)』를 효시로 약 50여 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 중 작년 출간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이성에 대한 공격(Assault on Reason)』은 반이성주의가 미국 정치를 어떻게 후퇴시키고 있는지를 생생한 현장경험에 비추어 반성한 책으로 많은 점에서 자코비의 저서와 유사한 논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어 부통령과 자코비 모두가 비디오와 디지털 미디어가 반지성주의가 형성되는 데 기여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AAC 타운 미팅, 한인들이 주도 2008.03.20
▲AAC의 타운미팅에서 김은한 박사가 커미셔너들에게 민간단체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하 고 있다. 이날 타운미팅에는 보스톤 봉사회가 참여해 보스턴봉사회,..
퀸지영생장로교회한국학교 사군자및 문인화 전시회 2008.03.20
▲퀸지 한국학교 영생 아트 그룹 회원들. 퀸지 한국학교의 永生  ART Group이 오는 4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 사군자 및 문인화..
위기에 강한 클린턴의 선거전략 2008.03.20
오바마와 대조되는 전략으로 박빙의 승부 펼쳐 지난 2월 5일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 이후 2월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는 가혹한 달이었다. 한..
미국의 위기는 반지성주의에서 비롯 2008.03.20
미국은 비이성주의 시대에 접어들었나 현대 미국 사회 위기의 근원 중 하나가 미국인의 반이성주의와 반지성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 대표적..
미국이 '네오콘'이면 중국은 '네오콤' 2008.03.20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강조하는 신보수파 득세 현재 미국과 세계정치를 움직이는 중심세력 중 하나는 '네오콘(neo-conservatives의 줄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