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2006년 작
감독 : 최종태
주연 : 이문식, 이준기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옹알이를 하면 어렴풋이 ‘엄마’라고 하는 게 아닐까 미루어 짐작하곤 하지요. 그래서 ‘우리 아인 엄마란 말을 제일 먼저 했어요’하며 엄마들은 뿌듯해 합니다. 한편 아빠들은 ‘아빠’라고 했다며 감격해 합니다. 하지만 아기들이 정말 엄마와 아빠를 부른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지요.
영화 ‘플라이 대디’에는 고등학생 딸을 둔 장가필이 나옵니다. 장가필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고등학생 승석은 자신의 제자격인 장가필을 ‘짱가’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사람을 부를 때는 호칭을 사용하지요. 호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정의해 줍니다. 우리는 호칭만 듣고도 그 사람들이 어떤 관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승석의 친구인 세중은 아버지를 ‘대디’라고 부릅니다. 승석이 ‘대디, 대디’ 하는 말이 좀 거슬린다고 하자, 세중은 아빠라고 하기엔 너무 컸고 아버지라고 하는 건 너무 징그럽고 그래서 ‘대디’라고 부른다고 대답하지요. 그리고 승석도 마지막에 장가필을 ‘짱가’대신 ‘대디’라고 부릅니다. 드디어 승석이 장가필을 아버지처럼 대하게 되는, 즉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호칭의 변화가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부모님을 부를 때 더 이상 ‘엄마’, ‘아빠’란 호칭을 사용하기가 힘든 시기가 옵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호칭도 많이 바뀌긴 했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아버지’하고 부르게 되지요. 그런데 그 호칭이 좀 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마치 사극 속의 대사처럼 너무 정형화되고 거리감이 느껴지니까요. 게다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드니 말입니다. 그리고 핵가족시대가 된 후로는 대부분 딸의 경우에 그렇긴 하지만, 결혼을 한 후에도 한참동안 ‘엄마’, ‘아빠’란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지요.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어딘지 낯간지럽게 느껴지는데 ‘아버지’라고 하기는 징그럽고 해서 자연스럽게 부르지 않게 됩니다. 아버지를 보고도 그냥 인사만 하거나 호칭은 생략하고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경우 비록 영어이긴 하지만 ‘대디’하고 부르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기에만 불러볼 수 있는 특별한 호칭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차피 어른이 된 후에는 ‘대디’라고 부르라고 해도 멋쩍어서 못 부르게 될 텐데 그 나이 또래의 정서에 맞는 호칭을 인정해주면 서로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대디’라는 한마디에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한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