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호르몬그래피
보스톤코리아  2007-12-10, 00:46:39 
호르몬그래피
김행숙(1970~)

호르몬이여, 저를 아침처럼 환하게 밝혀주세요. 분
노가 치밀어오릅니다. 태풍의 눈같이 표현하고 싶습
니다. 저 자가 제게 사기를 쳤습니다. 저 자를 끝까
지 쫓겠습니다.
당신에게 젖줄을 대고 흘러온 저는 소양강 낙동강
입니다. 노 없는 뱃사공입니다. 어느 곳에 닿아도 당
신이 남자로서 부르면 저는 남자로서
당신이 여자로서 부르면 저는 여자로서 몰입하겠
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세번째, 네번째, 일곱번째 사
다리에서 거지가 될 때까지 카드를 만지겠습니다. 녹
초가 되게 하세요. 호르몬이여, 당신의 부드러운 손
길로 눈꺼풀을 내리시고
제 꿈을 휘저으세요. 당신의 영화관이 되겠습니다.
검은 스크린이 될 때까지 호르몬이여, 저 높은 파도
로 표정과 풍경을 섞으세요. 전쟁같이 무의미에 도달
하도록
신성한 호르몬의 샘에서 영원히 반짝이는 신호들.

해설 호르몬이야말로, 인간의 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오일에 해당하는 것, 스트레스로 인해 원활하지 못한 인체의 에너지 뇌관은 단연코 호르몬이다. 사기 친 "저 자를 끝까지 쫓겠습니다 ""당신이 여자로서 부르면 저는 여자로서 몰입하겠습니다"처럼 호르몬 파워의 유연한 파도를 보라. 그 뿐인가. 익살과 풍자로 엮어진 이 시가 이 계절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잠재운다.
김행숙 시인은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1999년『현대문학』에 <뿔>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등이 있다.   신지혜. 시인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교회에서 열리는 연말공연 모음 2007.12.10
12월을 맞아 보스톤 곳곳에서 연말 공연이 열리고 있다. 문화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스톤의 콘서트 홀과 극장에서는 내년 초까지 음악회, 발레, 연극, 뮤지컬..
이번주 영화 - I Am Legend 2007.12.10
인류 최후의 생존자,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있다! 전인류가 멸망한 가까운 미래, 오직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만이 살아남는다. 텅 비어버린..
詩가 있는 세상 - 호르몬그래피 2007.12.10
호르몬그래피 김행숙(1970~) 호르몬이여, 저를 아침처럼 환하게 밝혀주세요. 분 노가 치밀어오릅니다. 태풍의 눈같이 표현하고 싶습 니다. 저 자..
고등학교, MA주가 최고 2007.12.10
월스트리트 저널, US News 등 평가방법은 달라도 결론은 하나 “자녀교육을 위해 MA주를 찾았나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선택을 하셨습니다.”..
White Collar Crime 2007.12.10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물질문명의 풍족함으로 편리함과 함께 염려와 불안도 안고 살아간다. 물질문명의 고도화와 문화의 발달로 날마다 새롭고 내일에 대한 큰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