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 보스톤 한인들에게는 어떤 의미? |
보스톤코리아 2007-10-09, 23:55:57 |
▲ (상)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하) 정상회담 후 회의장을 나오며 담소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좌)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우) 남북한 사이의 신뢰의 거리감 만큼 보스톤까지 심리적 거리감도 느껴져 "남북 정상이 만난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만나서 무슨 얘길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남북정상회담이 막 끝난 시점, 미국에 온지 14년이 지난 유학생 B씨는 이와 같이 말했다. B씨는 바쁜 일상 때문에 한국의 정치문제에는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많은 보스톤 한인들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2007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두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핵 문제의 해빙 분위기에 또 다른 평화회담이 열린다는 역사적 의의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의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국 보스톤에 있는 우리에게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왠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중요성도 한국과 보스톤의 먼 거리에서 오는 '낯섦'을 달래주지 못한다. 비록 이 곳에서 우리가 인터넷과 TV를 통해 정상회담 장면과 내용을 접할 수는 있지만, 이와 같은 매체만으로는 정상회담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반성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보스톤 코리아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특집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보스톤 현지 한인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남북 정상회담, 대부분 무관심해 인터뷰에 응해준 대부분의 한인들은 2007 남북 정상회담의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별히 젊은 학생층일수록 정상회담에 대해 무관심했다. 미국으로 이주한지 20년이 지났다는 30대 중반의 회사원 C씨는 정상회담에 대해 "신문 제목만 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솔직히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 때로는 '단순 무관심'이 아닌 남북관계에 대한 '내면화된 냉소적 반응'이 정상회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MIT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L씨는 "계속 뭔가를 한다고 하는데, 회담에서 합의를 해도 나중에 그게 지켜지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믿음이 안 간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하버드 대학원의 오관천 (가명, 31) 씨는 "(노 대통령이) 임기 말기에 어떠한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다음정권까지 일관되게 꿰뚫는 대북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한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에 대한 정보는 거의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이국생활의 삶의 무게에 치여 혹은 만족스럽지 못한 남북한 관계에 의한 실망으로 인해 정상회담에 대해 한인들이 무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터프츠(Tufts) 플래처 스쿨에 재학중인 P씨는 처음 회담에 비해 둘째 회담이 관심을 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1차 회담 때와 달리 신정아 사건 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이 화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했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스톤지역협의회(이하 평통)의 이정강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상호간에 많은 계획도 세우고, 좀 짧게 해도 진행이 잘되었다"며 회담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육로를 통한 평양 방문 의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중 "김대중 대통령은 하늘로 오셨는데, 대통령께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로 오셔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육로를 통한 평양방문에 대한 해석도 보스톤 한인들 사이에서 분분했다. 보스톤에 온지 3년이 지났다는 주부 이모씨는 노 대통령의 행동이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의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오관천씨도 "역사적인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하나의 사건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쇼를 넘어서서 일반사람들이 '이 사건은 기억해야 하겠다'하는 필요성을 주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이번 행동은 남북한 관계의 실질적 변화에 기초해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희경 성인대학장은 "쇼라기 보다는 대통령이 스스로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주고 걸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이 자유롭게 걸어서 드나들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라며 노 대통령의 행동의 상징적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재학중인 L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생활하지 않아서 오히려 한국 여론에 영향 없이 이 사건을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큰 감격을 받았다"며, 대통령이 '넘어가지 못할 선'인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북한이 고 정주영 회장에 이어 남한 대통령에게도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육로를 선택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1차 정상회담과는 차별화된 상징성을 2007 정상회담에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은 황량한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는 노 대통령의 모습보다 비행기 계단을 내려와 열렬한 환영인파 속에서 북한 땅에 첫 발을 내딛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더욱 선명히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혹은 통일에 미칠 영향은?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와 무관심도에 비례하듯 정상회담의 의의 및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달랐다. 유학생 C씨는 "예전 (회담) 에도 상징적인 의미는 있었지만 그 후 특별한 움직임이 안 보였다"며 "이번에도 상징적인 의미는 있는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특별한 기대는 갖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즉 정상회담은 '상징'으로서 의미가 있지 실제 남북관계에 영향은 그다지 미치지 못했다는 것. 실제 의외로 많은 인터뷰 대상자가 정상회담 후 남북관계에 대해 '우려'도 '기대'도 하지 않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재학중인 L씨는 정상회담이 정치적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은 단순히 회담의 성패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기업으로 그리고 기업에서 개인으로 권력의 구조가 넘어가는 현대사회의 큰 맥락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L씨는 현대정치의 특성상 두 정상의 정치적 힘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두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 변화에 큰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낙관했다. 다른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북핵 6자 회담과 연결시켜서 평가했다. 오관천 씨는 "더 이상 6자 회담에서 남한이 외톨이가 되지 않고, 진정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에 실질적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연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경 학장 역시 이번 정상회담은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해 가는 단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 때의 정상회담과는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윤 학장은 이것은 "북한이 갖고 있는 국제적 사정이 예전이랑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터프츠 플래처 스쿨에 재학중인 P씨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두 차례나 답방을 미룬 것이 아쉽다고 말했지만,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고위급 관료들이 계속 만나는 것이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 이러한 상징적 의미가 곧 긍정적 의미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강 평통 회장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중요성은 노 대통령이 직접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밝혔다. 즉 계속된 남북대화의 결실을 북한을 방문한 노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끝맺게 된 것. 이번 회담이 평통의 이후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겠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평통은) 헌법기관에 속한 하나의 단체이므로...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깊이 있는 소견을 말해주는 한인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상회담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심화되자 상당수가 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자체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의 실질적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았기에 무관심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만연화된 무관심이 한인 사회 속에 퍼져 있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서는 남북간의 화해가 실질적 성과를 통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남북정상 10.4 공동선언 합의사항 ▶ 한반도 종전선언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 ▶남북정상 수시회동 현안 협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 수역.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남북경제협력공동위 부총리급 격상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백두산관광,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베이징올림픽 남북응원단 경의선 열차 이용 ▶이산가족 영상편지 교환, 상시 상봉 추진 ▶남북의회 대화 추진, 통일지향 법 제도 정비 ▶'6월 15일' 기념 방안 강구, 6_15 공동선언 이행 의지 ▶문산-봉두간 철도화물 수송합의 ▶11월 서울 남북총리회담 개최 ▶11월 평양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 김진혁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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