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킬러 키운 中"…美 NYT, 비야디 성장비결 집중조명
가격 경쟁력·디자인·배터리 기술력 등 분석
2008년부터 2022년까지 3조5천억원 정부 지원도 받아
보스톤코리아  2024-02-13, 10:14:11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비야디 럭셔리 모델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비야디 럭셔리 모델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의 성장 비결에 대한 집중 조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신문은 '중국은 어떻게 테슬라 킬러인 비야디를 키웠나'라는 제목의 12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1995년 작은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한 비야디가 지난해 말 전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지르기까지 걸어온 과정과 성공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BYD의 역사는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모토로라 등 가전제품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던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 회장은 배터리 화학 분야로 유명한 창사(長沙)의 중난공업대학(현 중난대학) 출신으로 자동차 제조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3년에 시안에서 휘발유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매입했지만, 회사는 처음부터 문제를 겪었으며 초창기에는 고물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이름을 알리는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신문은 "(취재진이) 2006년 공장을 방문했을 때 조립라인 끝에 있는 넓은 수리 공간은 이미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새로 제작된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고 회고했다.

2007년 광저우(廣州) 모터쇼에서 비야디가 선보인 최신모델은 고르지 못한 페인트 작업과 문짝도 잘 맞지 않는 모습으로 업계의 웃음거리가 될 정도였다.

그러던 이 회사가 첫 번째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2008년이었다.

비야디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으로부터 2억3천만달러(약 3천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매출도 늘기 시작했다.

당시 왕 회장은 2년 안에 배터리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위기는 2012년에 곧바로 찾아왔다.

글로벌 업체들이 세련된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비야디의 판매량과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업계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제기됐다.

미국 진출의 꿈 역시 비용이 많이 들고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은 탓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왕 회장은 두 번의 위험한 베팅에서 계속해서 성과를 내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

첫 베팅은 2016년 아우디 총괄디자이너 출신 볼프강 예거를 영입하고 도전적인 취향의 자동차 엔지니어 수백명을 고용해 자동차 모델을 완전히 재설계한 것이다.

또 하나는 충전식 리튬 배터리의 업계 표준인 니켈, 코발트, 망간을 더 저렴한 철과 인산염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비야디는 2020년 이른바 '블레이드 배터리' 양산에 나서 니켈-코발트 배터리와의 비용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배터리 모듈을 없애고 배터리팩에 담아 차량 중량과 공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밀도를 높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기반의 배터리다.

2020년은 미국 테슬라가 상하이에 설립한 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붐이 일어난 해였다.

비야디는 저렴한 배터리와 예거가 디자인한 모델로 승부에 나섰고 중형세단 씰 부품의 4분의 3을 자체 조달할 정도로 높은 자체 생산 비율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독일 폭스바겐이 부품의 최대 3분의 2를 아웃소싱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 지원도 회사 성장에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비야디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에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5천억원)의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택시회사들이 비야디 전기차를 살 때 이뤄지는 지원과 같은 간접 지원 액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전기차 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조금 지급 문제는 유럽연합(EU)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하는 등 민감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비야디는 보조금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업계의 웃음거리로 여겨졌던 비야디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슬라의 킬러'로 성장했다.

작년 4분기에는 전기차 52만6천대를 판매해 48만4천507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에 올랐다.

비야디는 브라질, 헝가리, 태국, 우즈베키스탄에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이며 인도네시아와 멕시코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자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운반선을 통해 유럽 등 전 세계로의 전기차 수출에도 앞장서는 동시에 자동차 스마트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화웨이, 샤오펑 등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 회사는 최근 제한된 형태의 자율주행 기술인 주행 보조 기능 개발에 140억 달러(약 18조6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중국의 비야디를 비웃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면서 "이 회사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전기제품 지배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헨리 포드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매트 앤더슨이 한 "비야디의 성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업계에서 보아온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는 평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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