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기억하라
보스톤코리아  2023-10-30, 11:32:40 
중년에게 가을은 난감하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때문이다. 그나마 오랫만에 푸른하늘이 보였고, 날은 건조하고 청명하니 위안일 뿐이다. 가을은 깊어 갈텐데 보스톤엔 내일도 오늘처럼 맑고 선선한 날이 계속될 것인가. 좋은 날씨도 매일 계속되면 지루할까?

밥같은 시를 쓰고 싶다. 시 제목인데 시인의 욕심이 소박하다. 몇줄 소개한다. 

시린 공복의 손으로 
밥솥을 열 때 만나는저 지순하고 뜨거운 
한 사발의 찰진 욕망그득히 고봉으로 퍼 담는아, 밥 같은 시 쓰고 싶다
(서숙희, 밥같은 시를 쓰고 싶다 중에서)

밥 먹는 일이야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 일까. 저녁 메뉴는 매일 다르다.  어제 먹은 밥이 오늘 저녁과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제 저녁 메뉴로 뭘 먹었는지 가물거릴 적이 있긴 하다. 별식이 아닌바에는 매번 먹는 밥이란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기억력이 문제일까. 하긴 지난 저녁에 무얼 먹었는지 시시콜콜 기억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교회 장로님이 물었다. 자동차를 박살냈다면서요? 질문에 당혹스러웠다. 아니 내가 차사고 낸 것을 어떻게 아셨던가. 소문이라면 빠르기도 하다 싶었던 거다. 내가 먼저 실토했던 기억은 없었다. 
신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돌아온 대답이었고, 대형사고도 아닌데 신문에도 보도 되나?  아뿔사. 장로님은 보스톤코리아 졸문을 읽으셨던 거다. 졸문에 자동차 사고를 슬쩍 밀어 넣었는데, 이걸 내가 깜빡했다. 내 시원치 않은 기억력 탓이다. 

주치의를 만나면 묻는게 있다. 운동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 움직이는가 하는 질문인게다. 역시 노화방지엔 움직임과 꼼지락이 먼저가 아닌가 한다. 운동은 깜빡증세에도 도움이 되는지 그건 모르겠다. 

김모씨가 저녁으로 뭘 먹는지는 신문에 나지 않는다. 장로님도 묻지 않았다.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누가 24: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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