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바햐흐로
보스톤코리아  2022-08-29, 11:51:29 
일본사람들 이-메일이 서두序頭라 했다.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파에 별고 없으신지요.  그러고 보니 일본사람들만 그런게 아니다. 

왕년엔 시작이 이러했다. 계절이야기로 서두를 삼곤 했던 거다. ‘바햐흐로 신록의 계절입니다…. 따위가 그러하다. 바햐흐로 라고? 그러고 보니 무심결에 자주 썼던 말이 아닌가 싶다. 사전에서 새삼스레 찾았다. 불교용어에서 왔다던 데석보상절에 나온다 했으니 무척 오래된 말이다. 이제 한창 또는 지금 바로 라는 뜻이란다. 그럴적에 말을 바꾼다면 ‘이제 한창 푸르른 계절입니다.’ 쯔음이 될것이다. 

바햐흐로 보스톤의 여름이 지나간다. 아니 푸르름이 깊어만 간다. 자주 강아지 산책을 위해 동네를 한바퀴 돌적엔 더욱 그러하다. 조용한 동네인데, 푸르름이 더 할나위 없다. 꽃들이 만개했던 화려한 봄이었건만 이젠 짓푸렀던 여름도 저물어 가는 거다. 

애국가가 가사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 한다. 화려한 금수산하錦繡山河인데 과연 그러하다. 금수錦繡란 수를 놓은 비단이다. 오죽 아름다웠으면 비단중에도 수를 놓은 것 만큼 아름답겠나 말이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광복절 기념예배에선 애국가를 부른다. 지난주 보스톤한인교회에서도 그러했다. 바햐흐로 여름인데 하느님이 보우保佑하실게다. 보우는 보호하고 도와주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죽겠다는 말이 난무하는 모양이다. 더워서 죽겠다. 배고파서 죽겠다. 목말라 죽겠다. 등등. 발전하고 멀쩡히 살만해져 갈텐데도 여전히 입에 달고 사는 모양인게라. 이젠 듣기에도 거북한데 마음을 바꿔야 겠다. 하느님이 보우하시니, 죽겠다는 말은 거둬야 할진대.
바햐흐로 가을이 코앞이다. 보스톤에도 화려한 금수강산이 펼쳐 질게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하심을 받았느니라. (베드로전서 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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