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위협 뒤 가스밸브 차단…러, 서방에 거친 반격
폴란드·불가리아에 가스공급 끊어…자원 무기화로 서방 균열 시도
미사일로 서방 무기 파괴 주장도…日 향해서는 보복 조치 거론
보스톤코리아  2022-04-27, 15:27:52 
폴란드와 불가리아 정부는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이자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이 27일(현지시간)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 가스 구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사진은 2006년 12월 2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가스관의 압축소에서 한 직원이 점검 작업을 하는 모습.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
폴란드와 불가리아 정부는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이자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이 27일(현지시간)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 가스 구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사진은 2006년 12월 2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가스관의 압축소에서 한 직원이 점검 작업을 하는 모습.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이의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협하던 러시아가 유럽 국가로 향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는 등 거칠게 반격하고 있다.

실제 행동으로 반격 수위를 끌어 올리며 러시아가 사실상 서방과 정면 대결을 선포한 듯한 모양새다.

러시아는 27일(현지시간) 자국산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불가리아에 공급을 불쑥 차단해버린 데 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일부 무기까지 직접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공표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대러 제재에 앞장서는 일본을 향해서는 무력 시위까지 불사했다.'

◇ 러, '자원 무기화'로 서방 무기 수송 역할하는 폴란드 압박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불가리아 등 2개국에 천연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가즈프롬은 두 국가가 가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면서 루블화 결제에 동의할 때까지 공급 중단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더니 이 국가들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가즈프롬은 또한 폴란드·불가리아가 각국 영토를 지나는 가스관에서 타국행 가스를 불법 추출하는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공급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이 지나고, 불가리아에는 세르비아·헝가리행 가스관이 있다.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상대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치로 유럽 가스 가격은 20% 이상 폭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 가운데 폴란드, 불가리아가 가스공급 중단의 첫 표적이 된 것은 일종의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가스 협박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를 공급하는 통로로 지목되고 있어 크렘린궁의 신경을 긁고 있다. 러시아는 무기를 지원하고 이에 협조하는 일도 사실상 '참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때 러시아의 가까운 동맹국이던 불가리아도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관계 청산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서방국가의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키릴 페트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2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방문할 예정이다.'

◇ 러시아산 가스 중단시 여파에 촉각…서방 단일대오 분란 우려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는 전체 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가스 중단을 통보받은 불가리아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90%에 이른다. 이 때문에 불가리아는 러시아의 가스 금수 제재에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충분히 예견한 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폴란드는 가즈프롬과의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말을 끝으로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꾸준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여왔다.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고, 유럽 파이프라인도 연결 중이다.

시기상 여름이 다가와 당장 난방 수요도 크지 않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다만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국가가 늘고, 난방 수요도 커지면 아무리 공급처를 다양화해도 수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BBC는 "가을부터 난방 시즌이 돌아와 수요가 상승하면 가스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런 경우 대규모 산업용 가스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프로 직송되는 저가의 러시아산 가스 대신 운송용 전용 선박과 터미널이 필요한 LNG를 대체 수입하면 단가가 높아지는 단점도 있다.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화하면 현재까지는 견고한 서방의 '단일대오'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흐트러질 수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다른 EU 소속 국가에도 이 같은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러 "서방 지원 무기 파괴"…제재 선봉 日엔 '순항미사일' 시위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직접 타격해 파괴했다고도 이날 공표했다.

26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미군의 유럽 내 최대 거점인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40여개국에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공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중부 자포리자시 인근 공장에 고정밀 미사일을 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원한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무기를 파괴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일본을 향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은 26일 미·일 해군 합동훈련을 거론하며 "훈련 규모를 확대하면 러시아가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12일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과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목적이었으나 러시아는 이틀 뒤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 시위를 감행했다.

일본은 최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20일 러시아 외교관 8명을 추방했고 12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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