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책읽는 남자, 신문읽는 여자-II
보스톤코리아  2021-11-15, 11:22:00 
새책이나 종이신문을  펼치면 잉크냄새가 난다. 책향기라 할수 있겠고, 신문향기香氣이라 할수도 있겠다.  

이해인수녀님 이다.  ‘좋은 책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좋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그 향기가 스며들어 …. (책을 읽는 기쁨 중에서). ‘  화향백리 인향만리라 했던가. 서향書香도 만만치 않은데, 편지에서도 향내가 난다.
내게 이-메일은 편지다. 몇일전 편지를 받았다. 보스톤코리아 애독자께서 보내주셨다. 그런데 이편지를 읽어 내려 갈적에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편지는 졸문에 대한 칭찬이었는데, 오히려 민망했던 거다. 편지에서 한토막 그대로 옮긴다. (보내신 분 허락은 받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 책읽는 남자, 신문읽는 여자 ‘ 였는데 저도 바로 요즘 세상에도 종이신문 읽는 여자이거든요.
그래서 보스톤코리아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줄 알면서도 노 땡큐 ~’

졸문 (보스톤코리아, 2018-04-23)을 다시 찾아 읽었다. 눈앞이 캄캄하다 해야 하나.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른다 해야 할까. 책읽는 남자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역시 아직도 책을 읽기는 읽는다. 종이책인데 침대에 누워 읽는 거다.  읽으매 졸매 그게 문제인데, 팔과 고개가 아프다. 무거운 책은 더하다. 

책은 책꽂이에 꽂아 놓는다. 폼나는 서가書架라면 영화에 나오는 저명 변호사사무실 일게다. 장서로 둘러싸인 스탠드 불빛 은은한 오피스이다. 그렇다고 내가 장서가藏書家에 열렬한 독서가는 아니다. 책을 모을 만한 열정도 없고, 책꽂이도 없다. 책꽂이는 서가書架이며 책가冊架라고도 한다.

책가라면 책가도冊架圖로 알려져 있다. 조선 정조임금 적이다. 임금은 책장그림을 병풍삼아 펼쳐 놓았단다. 많은 장서를 갖고 있다고 모두 독서광일수는 없다. 그러나 임금은 달랐던 모양이다. 대단한 장서가이며 열렬한 독서광이라 했으니 말이다. 한편 주변 신하들이 병풍을 실물과 착각했다 던가. 실물이 아닌 그림이라 대답하는 임금은 웃을수 밖에 없었다고 전해온다. 책가도 병풍그림은 투시원근법이라 했고 착시현상을 일으킨거다. 

착시錯視라. 그림뿐 아니라 세상사에도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착각일 수도 있는데 내 스스로가  그러하다. 혹시 내가 글깨나 쓰는 건 아닐까? 내가 괜찮은 남편이고 아비는 아닌가? 혹시 부족하지 않은 교인인가?  듣는 아내가 일갈 한다. 오해는 자유인데, 착각하지는 말라. 

 독자분은 글향기라 했다. 문향文香이라 해야겠는데, 글에서도 향기가 있다는 거다. 신문읽는 여자인 그분이 책을 보내 주셨다. 그 역시 열렬 독서광인지라 다른 것도 아닌 책인게다. 책향기 물씬 풍기는 책인데,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는 약조는 할 수없다. 보스톤코리아 편집자가 투덜거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왠 객적은 독후감? 독자 떨어질라.

 정조임금 역시 책읽는 남자이다. 종이신문만 고집하는 신문읽는 여자.  이따금 한국소식은 전해 주시라. 
 그나저나 글향기 문향文香은 몇리나 갈까?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누가복음 1:4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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