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2
보스톤코리아  2021-08-30, 11:41:22 
(나) 경금속과 귀금속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금속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종전에는 쇠나 구리는, 금이나 은에 비하여 별로 귀중한 금속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구리가 아주 좋은 절연체로 사용됨에 따라 구리로 된 동선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하다. 마찬가지로 실리콘이나 리튬(Lithium)등의 원소도 현대문명에 토대가 된 전자제품에 필수품이 되어 이를 장악하려는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같이 문명의 발달은 우리가 예기치 못했던 자연물에 대하여 색다른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중세기의 아랍문명은 연금술을 써서 쇠나 구리와 같은 값싼 금속을 은이나 금같이 귀한 금속으로 변해보려고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끝내 성공치 못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화학을 발달시켜 염산, 질산, 황산 등, 금이나 은을 녹일 수 있는 용매를 발견하게 되었고 유기 용매를 써서 생약을 추출하고 증류하는 방법도 고안해 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알코홀, 알데하이드, 알칼로이드, 또는 수학의 알고리즘 등등도 이들 아랍학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거의 1,000년을 두고 지속되어 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튼 까지도 연금술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도 성공하지 못하게 되자 마침내 영국 국회에서 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이런 연금술의 실패의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 있다. 

즉, 우리가 타고난 것은, 그것이 자연물이든 인간이든 우리의 능력으로 그 속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난 가문이나 혈통, 또는 시대와 사회, 또는 명석한 두뇌나 특기 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야지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근래에 발달된 성형수술은 인간의 얼굴을 변형하여 많은 사람을 미인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오직 표면적인 것이지 그 인간의 재질이나 특기, 또는 인격이나 혈통을 바꿀 수 없다. 물론 우리의 노력에 따라 우리가 타고난 재질이나 능력에 빛을 발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석영(quartz)이 금강석(diamond)으로 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우리가 아무리 애쓴다 하여도 누구나가 다 미켈란젤로나 베토벤 또는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다. 이는 우리 지구상의 78억 인구 중 하나도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문예부흥시에 유명한 미술가 미켈란젤로와 동시대의 조각가 토리지아노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토리지아노는 영국의 국왕 헨리 7세(그는 그 악명 높은 헨리 8세의 아버지였다)의 부부를 아름답게 조각한 유능한 조각가였다. 그는 이미 상당한 명성과 부귀를 누리고 있는 미켈란젤로에 대해 극심한 질투감을 느껴 그와 맞대결을 하자고 덤벼들어 마침내 미켈란젤로의 코뼈를 부러뜨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가 미켈란젤로를 해쳤다는 악명만 남겼을 뿐 그의 업적을 기억하고 칭송하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문학계에도 있었다. 영국의 천재적 의사 시인 존 키츠(John Keats)는 그가 쓴 시에 대하여 신랄한 혹평을 받았다. 그 결과로, 그는 가난과 절망 속에서 26세의 젊은 나이에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폐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는 단지 5년간의 짧은 창작생활을 했을 뿐인데도 오늘날 그는 쉘리(Shelley),  바이론경(Lord Byron)과 더불어 영국의 3대 시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시는 문학상의 황금보화라고 한다. 반면에 죤 키츠에 대하여 자기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악평을 가한 토리 당원은 아무도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다. 영국 문학 역사상 가장 애달픈 비극을 초래했을 뿐이다. 이렇듯이 남이 이룩한 업적이나 공로에 대하여 질투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잘 시사해 주고 있다.

반면에, 자기가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 창조주가 주신 축복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영국이 낳은 가장 유명한 외과 의사로는 아마도 애슬리 쿠퍼 (Astley Cooper)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세기초에, 아직도 무균 수술이나 전신마취 수술이 발견되기 전에 영국의 국왕 조지 4세의 뇌종양을 성공적으로 수술해 낸 사람이었다. 그는 또한 출중한 미모와 온화한 음성, 그리고 인자한 성격까지도 겸비한 사람이어서 당시에 그의 인기는 국왕에 버금가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가 마차를 타고 강의실에 도착하면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특출한 의술로 인하여 막대한 자산을 모으기도 했다(19세기초에 £21,000, 오늘날의 금액으로는 적어도 $20 million). 이러한 막대한 자산은 자기의 스승인 존 헌터(John Hunter, 그는 또한 우두를 발견한 Edward Jenner의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했다)가 벌은 것보다 4배 이상이나 되는 큰 금액이었다. 이에 대하여 그는 “내가 이토록 성공한 이유는 나의 직업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 이었지만, 이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이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의 축복이었다” 라고 말했다 한다. 그의 모친은 아이작 뉴튼의 후손이고 아버지는 목사였다고 한다. 목사의 아들다운 그의 겸손함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오세경 (전직 보스톤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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