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홍벚꽃 |
보스톤코리아 2021-06-24, 12:39:26 |
지난 봄이다. 우리집 뒷마당에 철쭉이 한창이었다. 노산 이은상선생의 시조時調가 떠올랐다. 이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다고 했다.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려 부끄려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진달래, 이은상) 그런데 왠걸. 4월 말경인가 보다. 철늦은 눈발이 날리고 심한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한창 피어오르던 철쪽 송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목련과 함께 말이다. 즐길 틈도 없었는데 돋아나는 푸른잎새와 몇송이 남지 않은 붉은 꽃송이는 몸을 움추렸다. = 한달여 즈음 전일게다. 붉디 붉은 꽃송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꽃들은 이미 다 졌기 때문일까. 검붉은 그 무수한 꽃송이가 눈을 확 잡았던 거다. 오히려 괴이쩍어 보였는데, 날은 어둑히 흐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레 짐작일게다. 그 꽃이 홍벚꽃이라 우긴다. 맑은날 다시보니 그닥 붉지 않았고 그저 진홍색이었으니 말이다. 벚꽃은 흰색이나 분홍인줄만 알고 있었던 거다. 벚꽃은 우리동네뿐만 아니다. 화투장에도 그림으로 들어간다. 화투장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다. 가수인데 그림을 그리니 화수畵手라 한다던가. 그가 조수의 그림을 자신의 것인양 팔았다고도 했다. 분명 그도 벚꽃그림 작품을 남겼을 텐데 화투장에선 삼광光이다. 그가 또 말실수에 실언을 했다고 들었다. 이혼한 전前부인을 향해 그동안 재혼 하지 않아 고맙다했다 던가. 정제하지 않고 내밷은 말로 다시 궁지에 몰렸던 거다. 하긴 대단한 상을 받은 이혼한 전부인의 모습은 진한 색깔 벚꽃을 연상시킨다. 아니 오히려 가시 돋친 진한색 장미일 수도 있겠다. 그녀의 말투 또한 날카로운데, 이젠 남이 볼세라 몸을 숨기는 모양이다. 그 화수畵手가 법정에서 했다는 말이다. 화투장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이다. 역시 그는 가수와 화가를 넘어 예능인인데, 문제와 화제를 몰고다닌다. 그런데, 매화는 화투에서 몇끗이더라. 봄날/벚꽃들은/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무엇이 그리도 좋아/자지러지게 웃는가. (용해원, 벚꽃). 벚꽃은 당당하게 웃는데, 당당할 만도 하다. 진달래는 여전히 부끄럽다. 내 성일聖日에 오락을 행하지 아니하고 (이사야 58:13) 사진은 우리집 마당 꽃나무이다. 김용택시인의 시를 넣었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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