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시간을 용서하라
보스톤코리아  2021-01-18, 12:57:34 
옛적이다. 학교에선 종을 쳐서 등하교를 알렸다. 종은 거무튀튀 큼직했는데, 개스통을 잘라 만들었다. 한국 동요에도 나온다. 학교종이 땡땡땡. 학교에 가는 시간이고, 학습시간이 끝나는 거다. 더 개발된게 사이렌과 차임벨 이던가. 이젠 종이건 사이렌이건 별무無소용이다. 손목시계, 가스레인지, 랩탑, 스마트폰, 자동차 게시판. 지천으로 시계는 널려있다.  

어디 학교뿐이랴. 교회 뽀족한 꼭대기에는 종鐘이나 시계가 걸려있다. 시계는 물론 종도 시간을 알릴적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계들은 멈춰있는 거다. 장식이나 상징처럼 보일 뿐이라는 말이다. 세상이 돌아가고 세월은 마냥 흐르건만 시간은 정지해 있는것 처럼 보인다. 하긴 기차역에 있을 시계는 멈춰있지는 않을 거다. 열차시각은 정확함이 생명일테니 말이다. 시인은 제시간에 떠난 기차를 용서하란다. 

역마다 불이 꺼졌다
떠나간 기차를 용서하라
기차도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다
굳이 수색쯤 어디 아니더라도
그 어느 영원한 선로 밖에서
서로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정호승, 기차)

젊은 시절 아인슈타인이 스위스특허국에서 근무할 적이다. 그의 일터엔 시계탑이 가까이 있었다.  그런 아인슈타인은 시계탑 시계를 보고 기차의 도착과 출발을 알았다고 했다. 시간과 더불어 동행하는 삶이었고, 그의 유명한 공식엔 시간 (t)이 들어간다. 아인슈타인은 손목시계가 아예 없었다고 했던가. 

소설가 이병주의 말이다.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 역사나 신화역시 시간과의 함수관계다. 시간 개념없는 신화는 없고, 세월없는 역사는 있을 수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나가거나 흘러 가는게 아닌바, 오히려 쌓여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으니 미래가 있다는 말일 게다. 한편 시간과 역사는 토막칠 수는 없다. 차곡차곡 쌓여 가고 연속적으로 이어 흘러간다. 

어느 스님이 지은 책 제목이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 달릴적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일 테니, 제대로 볼 수없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스님은 재산을 제법 모은 모양이다. 스님은 멈추지 않고 재산을 향해 돌진 했는데, 말과 행동은 사뭇 달랐다는 거다. 스님 시계는 멈추지 않았던가. 

또 한해가 시작됐고, 새 달력을 걸었다. 다시 시간과 세월은 시계와 달력을 따라 하염없이 흘러간다. 내일을 향하고 내년을 향해 가는 거다. 군대 시절에 자주 듣던 말이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 시간을 용서하라. 

지혜로 행하여 세월을 아끼라 (골로새서 4: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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