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나홀로 3층집 건축
보스톤코리아  2007-06-27, 00:03:54 
▲ 1년에 걸쳐  황태선(맨 좌측)씨 가족의 힘만으로 건축한 집앞에서. 부인 차경숙씨, 둘째 수민양, 첫째 은혜양, 그리고 막내 정민군.

자녀들의 교육 위해 이민온 황태선씨,
가족모두가 참여해 집을 지으며 청교도의 개척정신 공유


이민온지 3년 반밖에 되지 않은 건축 문외한이 1년만에 황무지를 3층짜리 주택 건물로 바꿔놓았다.
한국 부산 동아대 경영학을 전공한후 회사 매니저로 일하다 이민온 황태선(49세)씨는 로드 아일랜드 대학( University of Rhode Island) 주변의 집을 마련하려고 수차례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자 부지를 구입,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남달리 손재주가 있었던 황씨는 이민온지 얼마 안돼서 낡은 론드리맷(Laundrymat) 건물을 헐어내고 고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같은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 것.
황씨의 부인 차경숙씨(47)는 “남편이 집을 짓겠다 할 때 한번 경험도 있고 해서 그냥 허락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결코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마라톤을 해봤다는 황씨는 이를 마라톤과 비교했다. “일년이란 세월이 그리 긴 세월인지 몰랐다. 언제 끝날 줄을 알면 힘이 솟는데 집을 짓는 나에게는 거의 터널의 끝이 안보였다”고 말한다. 막상 집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그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
2005년 URI근처 웨이크필드(Wakefield, RI) 소재 땅을 사들였고 7월 1일부터 본격 집을 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황무지에 나무를 잘라내는 일부터 시작, 뿌리를 캐네고 땅을 골라 수평을 잡았다. 땅을 고르기 위해 포크레인 조정법을 배워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했다. 당시 14살이었던 황씨의 아들 또한 포크레인 조작법을 배워 아빠를 도울 정도였다.
황씨는 “수평으로 평행하게 포크래인을 조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었다”고 말한다. 조금만 깊이하면 땅이 파이고 조금만 덜 깊으면 포크레인이 허공을 가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에 집이 서겠는가 했는데 땅을 고르고 나니 제법 집이 올라서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황씨의 말이다. 그러나 콘크리트를 붓고 기초를 만들어 기둥을 세우는 목조작업은 로드아일랜드 건축규정(Code)을 따라야 하는 것이어서 서툰 영어의 황씨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설계도면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했고 이를 건축설계사에게 가져가서 로드아일랜드 건축 규정에 맞는 설명을 받았다. 그러나 설계도면에 나와있는 건축 규정을 사전을 찾아 가며 풀이하기는 했지만 의미하는 것을 모두 알기에는 여전히 벅찼다.  
황씨는 그래서 타운 빌딩 인스팩터(Inspector)를 일과행사로 찾아 다녔다. 이 타운 인스팩터는 검사관이 아니라  황씨를 가르치는 스승(Instructor)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기 까지는 황씨의 노력이 컸다.
8시 30분에 문을 여는 타운홀에 8시 10에 가서 제일먼저 줄앞에 서서 기다렸다 인스팩터에게 질문을 하곤했다. 이것저것 질문사항이 많아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타운에서는 인스팩터에게 직접 현장에 나가 지시하도록 했고 결국 인스팩터는 황씨 집을 방문 하나하나 가르쳤다. 말로 해서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으면 벽에다 어떻게 하라고 적어줬다.
성이 Fagan인 이 아이리쉬(가족들은 이 인스팩터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인스팩터의 친절에 훨씬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원 건축사의 원덕수 대표는 “청교도들이 처음 미국에 와 자신이 직접 집을 지었기 때문에 그 전통을 존중해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는 자격증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대부분 아주 중요한 것만을 지적해주거나 바로잡아 주는 것이 보통”이라고 밝혔다.
처음 황씨가 직접 집을 짓는다고 하자 이웃들은 “미쳤다. 혼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초 콘크리트가 다져지고 기둥이 올라가자 집앞을 지나다니는 이웃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하루가 다르게 집의 형태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차에서 내려 황씨가 대부분 홀로 작업한다는 것을 알고 다음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증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황씨는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해 8시 또는 10시까지 불을 켜놓고 일을 했다. 일반 건축업자들이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일하는 것과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1년만에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만큼 정열을 쏟았기 때문. 주 7일을 몽땅일하는데 쏟았다. 14살 된 아들 정민군이 도와주면 일의 진척도가 빨랐기 때문에 아들의 귀중한 도움이 있는 일요일날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황씨는 집만 튼튼하게 지었을 뿐만 아니라 소원했던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했다. 한국에서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아버지였기에 야구장을 가도 엄마와 갔던 정민군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집을 짓는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부자가 함께 땀을 흘리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꼭 일을 진행할 때는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를 물었고 아들은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대답했지만 점차 바로 대답하기 보다는 좀더 생각해가며 옳은 답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인이 맞기 시작한 것. 아들은 황씨의 가장 큰 헬퍼였고 동료였다.
집을 완공해 황씨는 늘 바랬던 성당 신도들을 초대했다. 늘 50여명이 함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아쉬워 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방을 만들었지만 50여명이 들어차자 혹시 ‘이 방이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까’좌불 안석이었다.
집을 방문했을 때 거의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지만 벽난로 벽 그리고  일부 공간은 미완성이었다. 너무 지쳐서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은 일단 두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부지 구입에 18만불이 소요됐으며 자재비가 25만불 가량 소요됐다. 현재 이집의 가치는 66만불 정도라고.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인 가치를 접어두고라도 황태선씨, 부인 차경숙씨, 큰딸 은해씨(21), 작은딸 수민양(18), 그리고 막내 정민군(16) 모두가 함께 집을 만들었다는 가족의 끈끈함과 개척 정신을 공유했다는 가치가 결코 적어보이지 않았다.
특히 황씨 가족이 한국의 삶을 꾸려 미국으로 온 이유가 바로 아이들의 교육. 아이들에게 손수 개척정신을 피부로 느끼게끔 교육한 아버지 황씨의 교육은 이미 학교교육 이전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볼 수있다.
무지개 건축의 박현수 대표는 “목수라면 모를까 일반사람이 직접 짓는 것은 대단한 일일 것이다. 자세한 것은 직접 확인해 봐야 겠지만 만약 미국업체에 의뢰해 지었더라면 20만불 이상을 지불했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명술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사진으로 보는 집 건축 과정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사진으로 보는 건축과정(2) 2007.06.27
▲(5) 콘크리트 기초를 다지고 땅을 평평하게 다졌다. ▲(6) 나무기등이 올라가고 있다. ▲(7) 지붕까지 얹고 외벽을 모두 합판으로 구성했다. 이 합판..
사진으로 보는 건축과정 2007.06.27
▲(1) 처음부지를 샀을 때. Lot for sale이란 팻말이 아직도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2) 나무뿌리를 뽑고 잘라서 태우는 가족들. ▲(3) 처..
1년만에 나홀로 3층집 건축 2007.06.27
▲ 1년에 걸쳐  황태선(맨 좌측)씨 가족의 힘만으로 건축한 집앞에서. 부인 차경숙씨, 둘째 수민양, 첫째 은혜양, 그리고 막내 정민군...
[야구] 무엇이 로켓을 날게 하는가? 로저 클레맨스 스테로이드? 2007.06.19
▲ 로저 클레맨스가 보스톤 레스삭스에 몸담던 시절(왼쪽)과 40세이후(오른쪽)의 모습 야채? 잡곡? 조깅? 팍스 스테로이드 의혹제기 45세 생일을..
[야구] 레드삭스 강력한 구원투수진 구축 2007.06.19
3개월 전 시즌을 바로 앞두었을 때만 해도 레드삭스 불펜(bullpen, 구원투수진)은 허약해보였다. 조나단 패펄본은 어깨 보호를 이유로 선발진으로 합류했고 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