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인 그는 왜 한국무용 공연을 고집했나?
렉싱턴 국악공연 개최한 인도계 말호트라
“한국 공연 마케팅 고통스럽지만 보람”
보스톤코리아  2019-09-26, 20:12:33 
내달 12일 렉싱턴 베뉴에 한국무용 공연을 개최하는 서브하시 말호트라씨, 그는 미국의 장점을 다양성에서 찾는다
내달 12일 렉싱턴 베뉴에 한국무용 공연을 개최하는 서브하시 말호트라씨, 그는 미국의 장점을 다양성에서 찾는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세계가 한 무대에 오른다(World on Stage). 국악, 한국무용을 비롯 중국 서커스 쇼, 탱고 무대가 렉싱턴에서 10월 12일 시간을 두고 펼쳐진다. 이 이벤트의 기획자는 “서로 달라서 싫은 게 아닌 서로 다른 게 미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서브하시 말호트라(Subhashi Malhotra, 이하 말)씨다. 

인도계 미국인인 말 씨(74)는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2년과 2015년에도 한국무용 공연을 렉싱턴에서 개최했었다. 당시에는 400석인 렉싱턴 스카티시라이트뮤지엄오디토리움(Scottish Rite Museum Auditorium)이 거의 꽉 찼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9월 17일 렉싱턴 케리도서관에서 만난 그는 과거의 기억이 부럽단다.

올해는 그러나 한국무용을 계속해서 올려야 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까지 와있다. 지금까지 공연 티켓을 구입한 총 수가 10여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플라멩코는 이미 매진됐고 탱고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국무용과 중국 서커스 공연의 판매가 가장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의 무형문화재 이매방 선생이 살풀이춤을 이수한 석연 이승연씨가 이끄는 한국무용단이 10월 12일 렉싱턴에서 공연한다
한국의 무형문화재 이매방 선생이 살풀이춤을 이수한 석연 이승연씨가 이끄는 한국무용단이 10월 12일 렉싱턴에서 공연한다
 
말 씨는 한국 공연을 마케팅하는 것이 “과거와 달리 고통스럽다”고 표현했다. 12일 당일 함께 무대에 올리는 중국 서커스 쇼의 홍보도 중국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가 렉싱턴에서 이 같은 한국과 중국 전통문화 공연을 열게 된 이유를 묻자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 나왔다. 렉싱턴의 소수민족 중 가장 많은 3개 커뮤니티가 중국, 인도 그리고 한국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란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문화를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드러났다. 

잘나가던 컨설턴트였던 그는 자녀들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불만에 조기에 은퇴했다. 그러면서 1992년부터 보스톤인터내셔널축제(Boston International Festival)를 개최했다. 많이 잊혀졌지만 보스톤인터네셔널축제를 기억하는 한인들이 꾀 있을 것이다. 말씨는 “학교 학생들에게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매사추세츠 주에 거주하는 각 나라의 커뮤니티와 연결해 문화 부스와 문화공연을 베이사이드 엑스포에서 펼쳤다. 학생들은 엑스포를 찾아 각 나라 부스를 방문하며 여권에 스탬프를 받았다. 그는 보스톤 엑스포에서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 이었다. 

말 씨가 지난 1994년도 보스톤의 주요 엑스포 이벤트 방문자 순위를 표시한 표를 보여주고 있다
말 씨가 지난 1994년도 보스톤의 주요 엑스포 이벤트 방문자 순위를 표시한 표를 보여주고 있다
 
말씨는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고, 다른 점을 좋아해야 한다. 그게 그 이벤트의 핵심적인 목적이다. 수많은 다른 출신배경들의 사람들과 만나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그는 최근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현실에 대해 “슬픈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노력해서 2세들을 키우고 이들이 성공해서 미국을 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이민자들을 배척하기 시작하면 이민자들이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1994년에는 베이사이드 엑스포에서 진행하는 쇼 중에 두번째 큰 쇼로 기록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1995년 신형 오토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심지어 당시 3위였던 맥월드(Mac World)쇼보다 인기가 많았다. 보스톤에서 시작된 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저지, 워싱턴 DC, 프로비던스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여러 가지 보안상의 이유로 더 이상 쇼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의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그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 학생들이 관람할 수 있는 세계의 전통 문화공연을 미국 각지에서 무대에 올렸다. 그의 활동은 최근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15년에 공연을 올린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 말 씨는 “일하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올해 들어 한국무용을 비롯해 중국 서커스, 탱코연주, 플라멩코 쇼 등을 중심으로 한 무대를 렉싱턴 스카티시라이트뮤지엄오디토리움에 올린다. 한국무용과 국악공연은 뉴욕의 이매방의 이수자인 박수연씨가 이끄는 한국무용단이 <한국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10월 12일 오후 5시 공연한다. 

현재 렉싱턴 센터의 한국 식당 다빈과 우기아트가 입주해 있는 건물소유주이기도 한 말 씨는 한국무용공연을 앞으로 공연 무대에 올리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말씨의 고민이 단순한 ‘엄살’이도록 만드는 것도 미국땅에 사는 한인들의 몫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국인들이 알아서 소비하는 것이다. 케이팝, 한식, 드라마, 김치 등 한류는 알아서 소비하는 단계에 진출했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에는 끊임없는 한인들의 애정이 밑거름이었다. 한국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말씨와 다른 한인단체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발레와 오페라처럼 한국무용과 국악도 원하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런 노력들의 결정체일 것이다. 

장소 : 스카티시라이트뮤지엄오디토리움(Scottish Rite Museum Audi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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