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올리니스가 바라보는 무용과 국악 축제 |
(원제: A Wild Goose Flying in the Sky – Gugak from Korea) - 주디스 아이센버그 국악명인과 발레리나, 첼리스트 한자리에, |
보스톤코리아 2019-09-12, 20:15:39 |
이 글은 주디스 아이센버그(Judith Eissenberg) 교수가 보스톤 지역의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저널 및 블로그 <더 보스톤 뮤지컬 인텔리젠서(The Boston Musical Intelligencer)>에 기고한 것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아이센버그 교수는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리디안 퀄텟의 설립자이며 제2바이올린 주자로,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세계음악(World Music)과 실내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또한 보스톤 컨서버토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국악을 일반 한국인들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음악적 감수성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다소 긴 글이지만 시간을 갖고 자세히 읽다 보면 국악에 대한 지식들이 쏙쏙 머리에 들어와 앉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땅에서 발레, 판소리, 가야금, 아쟁, 첼로 이런 악기들의 조합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푹 빠져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편집자 주)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이상원 객원기자 = 보스톤 발레의 주역 댄서, 한국 무형문화재 제 23호 (주: 가야금 산조 및 병창)의 후보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드는 첼리스트, 판소리를 부르는 소리꾼, 그리고 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펼치는 공연! 이것은 바로 보스톤 한미예술협회가 9월 29일(일) 오후 3시에 조던 홀에서 개최하는 “무용과 국악 축제(Festival of Dance and Gugak)”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공연이 2019년의 가장 매력있고, 활기 넘치며 화려한 무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이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한국의 전통 음악인 국악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전(classical) 음악 중 하나이다(그 외 다른 고전 음악의 예는 마이클 처치(Michael Church)가 쓴 “The Other Classical Musics: Five Great Traditions”를 참고하기 바란다). 어떤 종류의 고전 음악이든 시대를 충분히 거슬러 올라가 들어본다면 인류가 창작해 낸 놀라운 음의 세계에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신적인 존재와의 연결이요, 둘째는 바로 인간들 사이의 연결이다. 이는 고전 음악에 대한 ‘나의’ 진실된 견해이며, 또한 국악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한국의 고전 음악은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의 궁정 음악 전통에서 비롯된 한 종류와, 다양한 평민들의 삶을 반영하며 각 지역의 가치와 정서가 베어있는 또 다른 종류에서 발전되어 왔다. 국악은 복잡하고도 표현이 다양한 무속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으며, 국악의 장르에는 민속악에서 발전되어 온 판소리(소리꾼과 고수가 풀어내는 이야기), 산조(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와 북의 앙상블), 시나위(측흥 기악 음악) 등이 포함된다. 궁중 음악 또는 양반 음악 장르는 제례적(ritual)또는 비제례적 맥락을 뛰어넘으며, 시적인 언어와 함께 공식적인 프로토콜을 통해 표현된다. 그리고 민속악과 정악 모두에서 춤은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데, 우리는 이 콘서트에서 이러한 전통의 일부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거나 믿지 않는다. 영어가 만국 공통어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음악은 매우 매우 독특한 사운드들의 집합체이며, 각각의 음악에는 문화적, 사회적 및 개인적 가치와 미학이 내재되어 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독자성을 듣고, 역사를 들으며, 무엇보다도 이야기(stories)를 듣게 된다. 우리는 오는 9월 29일, 이 시대에 가장 표현이 풍부하고 경험이 많으며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들을 통해 전달되는 한국적인 정서(Korean ethos)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국악의 사운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판소리부터 먼저 시작해 보자. 고통과 실망에서부터 사랑, 기쁨, 용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상황이 노래를 통해 설명된다. 소리꾼들은 우렁찬 소리를 얻기 위해, 그리고 서정적인 표현부터 찢어지는 음색까지 다양한 음색을 갖추기 위해 폭포를 찾아가서 몇 년씩 수련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구전된 이야기들은 한편으로는 조선이 추구한 유교적 가치를 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 냉혹한 현실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랩이나 록 음악, 또는 독일 가곡(Lieder)이 완전히 다른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거기에 연주자와 청중의 심장 박동수를 높이거나 낮추는 즉흥적인 북소리(장단)를 추가해 보라. 북을 치는 이(고수)는 단순한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리꾼을 이끌고, 자극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영감을 준다. 그리고 소리꾼은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함께 펼치며,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해석된 엄청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놀라운 미니멀리스트 오페라는 청중이 딴 생각을 할 틈 없이 집중하게 만든다. 거친 음색과 뛰어난 해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한 소리꾼 임현빈은 이번 공연에서 심청가의 클라이맥스 부분(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을 부를 예정이다. 대담하고도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온 핀란드 출신 미국 첼리스트인 카리 유셀라(Kari Juusela)가 여기에 합류하게 되며, 역시 다수의 수상 경력으로 인정받은 고수 김태영이 함께 한다. 이렇게 경계를 뛰어넘는 콜라보는 국악의 깊이와 폭 그리고 다양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이다. 오래된 가치와 미학에 깊게 뿌리 내린 고전 음악은 그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용감한 시도를 통해 경험되고, 공유되고, 빌려주며, 뒤섞여서 오랫동안 간직되어 온 전통이 현대적인 표현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 전통이란 것도 한 때는 독특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던 것처럼. 산조는 한국의 남서쪽에 위치한 전라도의 민속 음악에서 발전한 기악 독주곡이다 (북으로 반주된다). 정교하게 발전한 이 민속 음악 역시 무속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그 표현이 매우 다양하며, 음을 꺾는 방식이 독특하고 다양한 아티큘레이션과 조성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때는 매우 열정적이며 날카롭다가 어떤 때는 사색적인 소리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두 개의 한자로 구성된 이름인 산조(散調)가 “흩어진 가락”이라는 뜻을 잘 표현해 준다. 반복되는 리듬의 사이클 위에 즉흥적인 분위기의 멜로디가 얹어져서 전체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는 인도의 라가(raga)에서 찾아볼 수 있는 탈라(tala) 사이클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좀 더 추상적인 예로는, 모차르트트가 어떻게 소나타 형식을 바탕에 놓고 멜로디에 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가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날 이태백은 아쟁 산조를 연주할 예정인데, 그는 아쟁의 달인일 뿐 아니라 남도 무속, 북, 강산제 심청가(각각 무형문화재 72호, 5호, 34호)의 무형 문화재 후보이다. 김태영은 장구로 반주를 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보존 시스템은 문화적 전통, 음악, 춤 등의 특정 종류를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왕조의 조상들을 위한 예식 음악인 종묘 제례악(14세기에 시작됨)이 1964년에 첫 번째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 예식은 유교의 사당에서 진행되는 음악과 춤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예술가는 그들 자신이 국보(national treasure)가 된다. 예를 들면, 이태백은 세 가지 분야의 무형문화재 후보이며, 이지영은 중요 무형문화제 제23호인 가야금 산조와 가야금 병창 부문의 후보자이다. 그러나 문화재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사실 문화재를 전통 그대로 유지하려고만 하는 것은 전통이 살아남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지영의 활동과 작품을 존경하는 이유이다. 이지영은 과거의 전통에 대해서도 해박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콜라보와 아방가르드 분야에서도 앞서가는 리더이다. 이지영과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통해 국악의 영역을 확장하고 국악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국악의 한 쪽 뿌리인 ‘민속악’에 속하는 음악은 표현이 다양하고 감정적이며 역동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자제하거나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감정을 풀어놓으며, 일상의 고단함이나 어려움을 음악을 통해 발산시키며, 즐거움 또한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한다. 반면, 또 다른 뿌리가 되는 ‘정악’은 예의를 지키며 우아하고 정적이다. 오래된 마을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정제된 분위기라고나 할까. 폭포수의 끊임없는 에너지대신,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하나와 그로 인해 잔잔하게 번져나가는 파문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금 연주자 원완철의 연주에 대해 어떤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낮으면서 부드럽고 깊이 있는 대금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며,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기러기처럼 느껴진다.” 원완철은 이번 공연에서 조선시대 성악 음악의 한 종류였던 ‘청성곡’의 멜로디를 주제로 한 바리에이션을 연주한다. 가장 대담한 시도는 명인 연주자이자 즉흥 연주자인 가야금 이지영과 장구 이태백이 함께 연주하는 순서에서 이루어진다. 보스톤 발레의 주역 무용수인 한서혜와 동발레단의 무용수인 마이클 라이언이 여기에 합류한다. 나는 이 콜라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그저 상상을 해 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전통 무용은 무릎을 굽히고 펴는 것을 반복하는 종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또한 균형 잡힌 정지 동작과 에너지를 머금은 공중 동작 그리고 그 에너지가 날아가는(해방되는) 느낌이 있다. 서양의 발레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전통 무용의 스텝은 발가락이나 발바닥이 아닌 뒷꿈치에서 시작된다. 움직일 때 뒷꿈치가 바닥을 부드럽게 스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작들은 어깨의 움직임과 합쳐져서 “고립된 포지션이 아닌, 모션에 대한 강조 – 정적인 가운데의 동적인 움직임”이라는 평을 받게 한다. 주디 반 자일(Judy Van Zile)는 “한국 춤에 대한 견해” 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감정의 긴장 - 감정의 화해 - 감정의 해방”의 세 가지 단계로 설명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며, 나는 한서혜와 마이클 라이언의 춤이 산조에 대한 완전히 다른 예술적 반응을 가져오게 할 지 어떨지 궁금해진다. 전통적인 연주와 아방가르드 콜라보 분야 모두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이지영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분명히 뛰어난 공동창작물이 나올 것임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전통 북춤인 ‘삼고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색채, 큰 움직임,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에너지의 춤이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왕실에서까지 공연되기는 했지만 이 춤은 본래 불교 전통과 민속적인 표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 날 프로그램의 피날레로 아리랑이 포함된 남도 잡가가 연주된다. 아리랑은 비공식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노래이며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 날은 진도아리랑이 연주된다. 무대에 서는 출연자들의 이름과 면면을 보면 모두 훌륭한 예술가로, 평생을 자신의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깊은 지식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모두 조던홀 무대에서 만나게 될 것이 몹시 기다려진다. 여러분들도 오셔서 나와 함께 그 자리를 즐겨주시면 좋겠다! 무용과 국악 축제 (Festival of Dance and Gugak) 일시: 2019년 9월 29일 (일) 오후 3시 장소: Jordan Hall, New England Conservatory (30 Gainsborough St. Boston, MA) 공연 정보 및 티켓 구매: kcsboston.org , (781) 223-4411 만 6세 이상 입장가 주최: 보스톤 한미예술협회 협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 Mass Cultural Council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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