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백석
보스톤코리아  2019-03-29, 19:50:34 
남쪽에는 미당이요, 북에는 백석. 백석의 시 한편이다. 눈내리는 밤 어울릴 시가 어디 이 뿐이랴. 하지만 이 시를 이용악의 것인줄 알았다. 

신살구를 잘도 먹더니 
눈 오는 아침 
나어린 아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 먼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짖는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버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딴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백석, 적경寂景)

= 70년전, 백석에 관한 신문기사 일부분이다.  '녹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寒帶의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의 풍채는 나로 하여금 때때로 그 주위를 몽파르나스로 환각시킨다. (조선일보 1936년 1월 29일).    

= 그의 옛적 사진을 보면 신문기사에 과장이 없어 보인다. 헤어스타일이 전위적으로 보이는데, 꽤나 젊었다. 한편 백석의 노년 사진도 나란히 실려 있었다. 검은 머리 웨이브를 휘날리며 광화문통 네거리를 걷는 모던보이 풍모는 찾을 수 없다. 인민복 차림의 초라한 노인이 카메라을 보고 있었던 거다. 미소도 없고, 굳게 다문 입술이 꽤나 힘들어 보였다. 

= 그가 이북에서 남긴 작품은 없던가? 왜 없겠는가. 이북에서 지었다는 시라 했다. 시에 까막눈인 내가 읽어도 이건 시라 할 수없겠다. 백석도 살기위해 몸부림쳤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바다는 이 나라 사람들 위해/ 아담한 문화 주택 골고로히 세워주네/ 재봉기도 라디오도 사들이네-/… 이 나라 사람들 선뜻 대답하리라-/ 이 바다, 사회주의 나라의/ 사회주의 바다라고”  (사회주의의 바다, 백석, 신문에서 발췌)

= 그의 젊은 시절 여인 ‘자야子夜’가 있다. 여인은 서울에서 요정을 경영했다고 들었다. 그가 요정을 폐업하면서, 그 건물은 절이 되었다고 했다. 기부한 금액이 1000억이라 하던가. 법정스님이 기부받은 돈으로 길상사를 창건했다는 거다. 그녀가 했다는 말이다. 돈 천억億은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 

= 백석이라면 바로 이 시일것이다. 역시 겨울에 읽어야 제맛인데, 지난 겨울 읽었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 삼월말 이다. 보스톤엔 다시 눈이 내릴 것인가? 덕분에 나타샤가 찾아 오려나?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 같이 희거늘 (마태 28:3)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사회적 참사 특조위, 세월호 CCTV 조작 가능성 제기 2019.03.29
해군과 해경이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폐쇄회로(CC)TV 증거자료를 조직적으로 조작,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가습기살균제사건..
카니발을 아시나요?-오르고의 영어잡설 2019.03.29
사춘기이기도 했지만 지식에 대한 욕심이 한창 무르익을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의 대학생 형들이 카니발을 간다고 자랑이었다. 그게 뭐냐고 물어봤지만 설명도 없이..
한담객설閑談客說: 백석 2019.03.29
남쪽에는 미당이요, 북에는 백석. 백석의 시 한편이다. 눈내리는 밤 어울릴 시가 어디 이 뿐이랴. 하지만 이 시를 이용악의 것인줄 알았다. 신살구를 잘도 먹더니..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2019.03.29
자유의 반대말이 꼭 억압, 속박, 핍박, 탄압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질 때의 시점에서 본다면 말이다. 특별히 어떤 관계를 들추지 않더라도 가..
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519)-투자회사의 실체 2019.03.29
우리는 특별한 날을 맞이하면 뜻깊게 보내기 위해서 고급식당에 간다. 음식 가격은 당연히 시중 음식점에 비해서 비싸다. 잔뜩 기대했는데 맛이 좀 그렇다. 불평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