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자! 아프지 말고.'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8-11-05, 10:38:51 
감사를 전하는 '추수감사절'의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해마다 이 시간이 다가오면,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시간이 도달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모든이가 이 한해동안 맺었던 많은 관계의 끝을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지어 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하지만, 자의 이건, 타의 이건 상처 받은 관계를 경험하였다면, 감사한 마음을 지니며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한 때 너무나 다정했던 사람,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잊고 싶어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삶 속에서 믿고 의지 하고 싶은 사람,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무시의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면 어떠할까?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미움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현실의 삶 앞에서 생의 감사를 느끼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달마대사의 말이 생각난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꼿을 자리가 없으니.' 

바늘조차 꼿을 수 없을 만큼 오그라진 마음 앞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충고를 받아들이기 힘이든다. 감사하는 마음이 주는 행복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어서 잊혀지는 상처라면 아예 죽어버리고 싶다고 울부짖는 이들에게  생의 감사는 사치일 수 밖에 없다. 미움은 사랑보다 엄청 힘이 세서, 미움 앞에서 사랑은 쉽게 힘을 잃고 만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기까지는 1분밖에 안걸리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1시간밖에 안걸리며,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며, 누군가를 잊는데는 평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깊은 상처가 주는 미움의 그림자를 겉어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혹시, 자신이 준 상처때문에 생의 감사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미움의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가 없는 지 한번 정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타인에게 준 상처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자기성찰이 이루워진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인식하지만, 자신이 타인에게 준 상처를 인식하지 못한다. 설령, 인식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과의 말을 하기보다 자기 방어에 급급해진다. 특히, 부부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커플들은  테라피치료 처음부터 서로에게 받은 상처를 편안히 토로하고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 붓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녀왔던 오그라진 마음의 원인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상처가 드러나면서 부부는 마치 성난 두 자동차가 필자에게 달려들듯이 으르렁, 으르렁 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치부를 마구 퍼 붓는 일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다보니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어 공격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커플 테라피의 환경 안에서도  배우자가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듣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테라피 과정에서도 싸움은 일어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테라피를 통해서 할퀴는 싸움의 전쟁터가 아닌, 서로의 상처를 참고 들어 줄 수 있는 내성을 갖게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속 안에 쌓여있던 배우자에 대한 분노, 고통, 원한의 감정을 표현하고, 들어주다보면, 어느순간 자기 방어 없이 서로의 상처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커플들은 커플 테라피를 시작하면서, 테라피가 끝날 때 마다 집에 돌아가 더 엄청 많이 마음안에 갈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잊혀졌던 아픔, 잊고 싶은 아픔이 드러나면서 필자를 계속 만나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집으로 돌아와 부부싸움이 잦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이들 커플들의 관계회복은 서로 '용서'의 길을 통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진정한 '용서'를 배워가는 과정이 우선이라 말하고 있지만, 상처받고 상처주는 관계일수록 쌓여왔던 관계의 상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서'의 과정은 무척 버겁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두가지가 '죄를 짓지 않는 일' 과 '용서'하는 일이라고 송봉모 신부가 말을 할 정도로 용서를 배우는 과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용서의 과정의 첫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망각의 함속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 내어, 잊고 싶은 가해자를 기억해야 하고, 비난해야 하고,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 이제와서 구태여 왜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감사를 느끼며 살기 위해서, 마음의 평화를 갖기 위해서, 행복해 지기 위해서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로라와 빌은 10년동안의 결혼생활이 고통스러웠다. 서로를 할키는 싸움은 거의 매일 일어났고, 7살, 5살의 어린 자식들 앞에서 싸움을 계속하는 자신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몇개월의 테라피 과정이 이루워지던 중, 로라는 갑자기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잊었던 자신의 상처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첫 임신과정에서 유산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의  유산 과정에서 자신이 남편에게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유산기가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로라는 잠시 휴직을 하며 몸조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심한 복통이 오면서 로라는 하혈이 시작되었다. 로라는 남편을 소리쳐 불렀고, 얼른 응급 요청을 하라고 부틱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피를 보면서 빌은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졌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로라옆에서 도와주기보다는 집 밖으로 피해버렸다. 그동안, 로라는 스스로 응급차를 불렀고,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빠져 자신이 빌에게 실망한 마음을 생각 할 기력이 없었다. 그리고, 로라와 빌은 다시 임신을 하려 주력을 했다. 첫째가 태어나서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었고, 그러면서 둘째애가 태어났다. 로라와 빌의 대화는 점점 비지니스적으로 변했고, 서로서로 대면대면 해졌다. 그러면서, 서로를 비난하며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로라의 은닉되었던 '감정적 부상(Emotional Injury)이 드러나면서, 로라와 빌의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로라는 빌에 대한 미움으로 분노, 화, 적개심, 복수심이라는 마음의 독으로 자신이 점점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빌을 용서하겠다고 결심을 하고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러자, 빌보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로라는 임신중, 유산증상이 보이니 휴직을 하고 몸 조심을 해야 한다는 전문의 말을 들었다. 로라는 휴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는 중에 유산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그때 휴직을 빨리하지 않아서 아이를 잃었다는 후회와 자책을 솔직히 표현하면서, 빌이 아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빌도 로라의 자기 주장이 강한 성격으로 전문의의 말을 듣지 않은 로라를 용서하지 않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이 지녀왔던 분노를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었고, 자신의 냉랭했던 비겁함과  옹졸한 편견을 사과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진정한 '용서'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갖자. 이해인 수녀의  '용서의 기쁨'의 시로서 칼럼을 마무리 하고록 한다.

산다는 것은. 날마다 새롭게 용서하는 용기,용서 받는 겸손이라고 일기에 썼습니다./마음의 평화가 없는 것은, 용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기쁨이 없는 것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직이 고백합니다./수백 번 입으로 외우는 기도보다, 한 번 크게 용서하는 행동이, 더 힘있는 기도일 때도 많습니다./누가 나를 무시하고 오해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누가 나를 속이고 모욕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며 무릎을 꿇습니다./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용서하는 기쁨, 용서받는 기쁨입니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330 Beacon St. Brookline, MA 02446
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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