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27 ] 햄버거엔 햄이 없다
보스톤코리아  2018-08-27, 10:35:59 
햄버거에는 햄이 들어있을까? 햄버거에는 햄이 아니라 소고기 패티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치즈를 더한 것이 치즈버거이고,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은 것이 치킨버거이다. 한국에는 라이스버거, 김치버거, 새우버거가 있고 미국에는 turkey burger, bison burger, veggie burger도 있다. 그러니까, 아하, 햄과 버거로 이루어진 빵에서 햄 대신에 넣는 것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영어사용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햄버거는 [햄 + 버거]가 아니라 [햄버그 + 어] 라는 구조를 가진다. Hamburger는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라는 지명의 형용사형이다. 독일어에서는 지명을 형용사로 만들어주는 어미가 -er이다. 냉전시절이던 1963년 케네디가 베를린을 방문해서 한 유명한 말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사람이다)”에 나오는 Berliner가 바로 ‘베를린의’란 형용사이면서 ‘베를린 사람’이란 명사이다. 그러니까 Hamburger는 ‘함부르크의’라는 형용사이자 ‘함부르크 사람’이라는 명사이다. 

영어에서도 약간 다르긴 하지만 -ar을 붙여서 형용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원래는 -al이지만 단어 끝에 /l/이 들어있으면 -al이 -ar로 바뀐다. 형용사 어미 -al이 붙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act ~ actual, center ~ central, classic ~ classical, culture ~ cultural, digit ~ digital, emotion ~ emotional, globe ~ global, music ~ musical, nature ~ natural, universe ~ universal 등. 단어 끝에 /l/이 있으면 -al이 -ar로 바뀌는 경우들은 다음과 같다. cell ~ cellular, circle ~ circular, family ~ familiar, miracle ~ miracular, muscle ~ muscular, pole ~ polar, sol ~ solar, triangle ~ triangular 등. 

함부르크 사람들이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던 그 방식을 미국 사람들이 ‘함부르크 식의’ 즉 hamburger라는 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반인들은 이러한 유래와 상관없이 hamburger에 햄이 있다는 식으로 재분석해서 [ham + burger]라는 새로운 어근을 만들어냈다. 소위 민간어원(folk etymology)이라는 것이다. 민간어원은 정확하지 않은 근거로 새로 만들어진 어원들을 말한다. 가령 ‘구걸하다’란 동사 beg와 ‘거지’란 뜻의 beggar는 겉보기와는 달리 beggar가 먼저 만들어졌고 약 100년 후에 beg란 동사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치 teach에서 teacher가 만들어지듯이 동사에 -er을 붙여 사람을 만드니까 beg에서 beggar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햄버거의 어원 Hamburger는 사실 마을을 뜻하는 고유명사 Ham, 도시를 뜻하는 burg, 그리고 형용사 어미 -er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여기서 -burg는 성채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유럽에는 성채를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들이 많기 때문에 -burg로 끝나는 지명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북유럽의 소국인 Luxembourg, 독일의 Strasbourg와 Rothenburg, 오스트리아의 Salzburg, 우리에게 <쉘부르의 우산>으로 익숙한 프랑스의 Cherbourg, 영국의 Edinburgh가 모두 성곽에서 발전한 도시들이다. 
독일어 -burg의 흔적은 우리가 사는 매사추세츠의 지명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Attleboro, Boxborough, Clarksburg, 그리고 -burg의 변형인 -bury가 들어가는 Duxbury, Newbury 등등.  

도시에 사는 사람을 bourgeois라 하고 그 집단을 bourgeoisie라 한다. 반면에 prol-은 ‘아이’를 Ent하므로 proletariat는 재산이 없고 오로지 자식을 많이 낳아서 국가에 기여하는 계층 즉 ‘무산자’를 가리킨다. 역사발전에 따라 상업을 중심으로 한 신흥 도시들이 생겨나면서 citizen이란 개념이 생겨났고 부르주와라는 개념은 성곽거주민이란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특정한 기득권 층을 가리키는 정치학 용어로 축소되었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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