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몸의 기억: 러브 커낼 (Love Canal) 비극과 수퍼펀드법 (1) |
보스톤코리아 2016-05-09, 11:30:37 |
"나는 우리 동네가 좋았어요. 도시 안에 있었거든요. 살기 편한 곳이었습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그 점이 정말 좋았어요. 학교 운동장은 주변 집들에게 매우 커다란 공터이기도 했습니다. 곧 새로운 파크가 지어질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Lois Gibbs, Love Canal and the Birth of the Environmental Health Movement 중에서) "교육감에게 전화를 해서 제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자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제 아들 마이클의 건강 문제, 즉 화학물질들이나 온갖 종류의 약품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 학교가 독성물질이 대량으로 폐기된 바로 그 자리에 지어졌음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차 전학을 요구했지만, 교육감은 엄마가 특정한 학교에 다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의 전학을 허락할 수는 없다면서 저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Lois Gibbs, Love Canal and the Birth of the Environmental Health Movement 중에서) 뉴욕 주 나이아가라 폴즈 근방에 러브 커낼이라는 곳이 있다. 인용문의 저자인 로이스 깁스는 1972년에 러브 커낼 지역으로 이주했던 평범한 20대 가정주부였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학교에 만족스러워하던 그녀는, 불과 5년 후 아들 마이클을 제발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그녀의 요구는 묵살되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녀와 이웃들이 조직한 <러브 커낼 홈 오우너즈 어소시에이션>은 독성 화학물질 폐기로 인한 러브 커낼의 오염문제가 주민들의 건강에 끼친 영향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 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후에 깁스는 <건강, 환경, 그리고 정의 센터>라는 이름의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를 조직한 활동가가 되었다. 깁스와 같은 가정주부를 환경운동 '투사'로 바꾸었던 것은 그녀와 이웃들이 맞닥뜨린 환경 재앙탓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의 유산, 선천적 기형, 여러 종류의 희귀암, 호흡기 장애, 신장질환, 백혈병, 비정상적으로 높은 적혈구 수치 등의 원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 자녀들의 미래 건강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비극의 원인 제공자들에 대한 분노는 그들을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했을 것이다. 깁스가 거주했던 '러브 커낼'과 그 비극의 역사는 18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 William T. Love가 뉴욕 주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 일종의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구상을 가지고 사업권을 따냈다. 러브가 구상했던 사업의 핵심은 나이애가라 강과 온타리오 호를 연결 짓는 운하였다. 실제로 집도 몇 채 짓기 시작했고, 운하도 파기 시작했으나… 1893년 전 미국을 강타한 경제 위기와 몇몇 다른 요인들로 인해 러브의 운하 건설은 끝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러브의 "파다 만"운하는 방치되었고 1920년 무렵에는 나이아가라 폴즈의 각종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는 장소가 되었다. 1940년대에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폐기물 역시 이곳에 매립되었다. 한편 세계 제 1차대전 무렵부터 나이애가라 지역은 대규모 전기화학 및 금속 가공 산업의 세계적인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 무렵 나이애가라 폴즈에 자리잡은 공장 중에 후커 케미컬 회사가 있다. 1942년부터 러브 커낼에 산업 폐기물을 매립했던 후커 케미컬은 1947년 시로부터 아예 이 부지를 매입하여 1953년까지 총 2만 2천 배럴의 산업 폐기물을 매립했다. 후커 케미컬이 러브커낼부지에 매립한 폐기물은 벤젠, 톨륜, 벤젠산, 트라이클로에틸렌, 벤젠 알데히드, 카본 테트라클로라이드, 클로로폼 등 유해성 화학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 화학 물질은 희귀성 백혈병, 만성 림프성 백혈병, 백혈구 수치 이상, 피부 문제, 각종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953년 산업 폐기물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졌을 무렵, 후커 케미컬은 매립지를 진흙과 표토로 덮어버렸다. 사실 여기까지만해도 토양 오염의 문제는 충분히 심각했다. 그런데 문제를 거의 재앙적인 수준으로 만든 원인은1953년 나이아가라 교육위원회가 러브 커낼 매립지를 매입하여 그 부지 위에 학교를 세우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데에도 있다. 지리적인 몇 가지 이점덕에 전기-화학 산업 공장이 대거 들어섰던 나이아가라 폴즈 지역의 인구는 2차 대전 후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고 대개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었다. 즉 새로운 학교에 대한 수요나 혹은 이들이 감당할만한 가격대의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쨌거나 나이아가라 교육위원회는 러브 커낼 매입이 어떤 위험을 의미하는 지 인지하고 있었을까? 적어도 후커 케미컬은 알고 있었다. 부지는 단돈 1달러에 교육위원회에 판매되었다. "양수자인 나이아가라 교육위원회는 산업 폐기물이 유발할 수 있는 개인상, 재산상의 모든 상해를 포함한 모든 위험 및 법적 책임을 감수하며…"라는 단서가 붙어있었다는 대목, 사실상 기증에 해당하는 1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등 이 이를 암시적으로 증명한다. 얼마 뒤 땅 속에서 각종 유해한 독성물질을 뿜어내고 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지는 학교 부지로 조성되었고, 학교 주변은 주택지로 개발되었다. (다음주에 계속)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소피아 소피아 선생님의 지난 칼럼은 mywiseprep.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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