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말
보스톤코리아  2007-03-26, 04:44:19 
김영애 (브루클라인 거주)


나의 아들은 닭요리를 좋아해 난 자주 닭요리를 한다. 이곳에서 부분별로 포장해 자주 세일도 하고 닭은 싸면서도 고기못지 않게 영양가도 많다고 해 닭을 잘 이용한다.
서늘하고 추운날엔 닭죽을 해 야채반찬 한자기 만들어 저녁 한끼는 간단하게 해결한다.
내가 만드는 닭죽은 닭에 양파,마늘,생강,인삼한뿌리,대추를 넣어 푹 삶아서 닭물을 한번 걸러내고 닭살을 발라낸 뒤 찹쌀을 넣어 만든 영양죽이다.
나의 아이는 닭국보다 닭죽을 더 좋아한다.
양이 적은 나와 아이는 적게 만든 죽이라도 저녁으로 두세번 먹는다.
첫날은 달게 먹고,
두번째날 아이는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한다. "닭죽 있는데...먹어 치워야지 싫으면 다른 것 해 줄까 했더니" 아이 왈 "난 죽을 때까지 죽 먹을 꺼야"한다. 난 한바탕 웃었다.
세번째날 아이는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한다. "닭죽 한사람분 있는데"하니 아이 왈 "죽먹으면 죽을 것 같애. 오늘은 다른 것 해 주세요"한다.
다른 때 같으면 몇 번을 먹어도 맛있다는 아이가 이번엔 감기가 들어서인지 입맛이 없다면서 사양한다.
나의 아이는 자신 스스로 한국말을 못 하면서도 가끔 내 말에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말로 나를 한방 먹인다.
나의 아이는 한국사람을 만나면 나이를 막론하고 한국말 배울 기회라는 생각에 한국말을 사용하다보니 학교에선 한국아이가 나의 아들보고 한국말 아는 단어가 적다고 다른 친구에게 흉을 보았다고 속상해 돌아온 날도 있다. 한번은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다 발이 아파서 선생님한테 얘기도 안하고 잠시 쉬다 친구하고 이야기하다 걸렸다. 선생님이 이를 보고 야단을 지치자 미안하다고 답했고 결국 한국말도 못한다는 핀잔까지 받았다. 그후  몇달치 선불금을 내고도 도장에 안갔다.
처음엔 아이는 공부가 많아서 못간다고 둘러댔지만  어느날 선생님이 자기에게 그렇게 얘기해 선생님이 싫어 가기 싫단다.
난 아이가 싫다면 어떤 일도 강요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좋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나는 서슴없이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했다.
미리 낸 돈이 아깝지만 아이가 싫다는데야 할 수 없잖는가.
나의 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나 한국말 배울 기회는 여름방학때 한국가서 친척들과 어울리다 자연스럽게 배운 것과 나와 대화하는 시간 뿐.
여러 사람과 부딪칠 기회가 없으니 어떤 말을 써야 적절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집에 있을땐 이런 경우엔 이런 말을 써야 맞는다고 내가 지적해 주지만....
가끔 나의 아이는 "난 한국말 잘 못해 속상해"하면 난 위로한다. "아니야 넌 잘해. 여기서 자라난 아이치고"하면 아이는 "정말?"하고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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