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세한도 歲寒圖 |
보스톤코리아 2007-03-22, 04:03:26 |
세한도 歲寒圖
신현정(1948~)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 一筆揮之 뻗치고 휘어지고 창창히 뻗은 소나무 아래 지붕 낮게 해서 엎드린 그 집 주위를 한 열 번은 더 돌게 되리라 우선 당호堂戶에 들기 전 헛기침을 해보고 그리고는 내 타고 간 나귀를 살그머니 소나무 기둥에 비끌어 매놓고는 그리고는 냅다 눈발 속으로 줄행랑을 치리라 하는 것이다 해설 위의 시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한다. 세한도는 잘 알려져 있듯이, 조선후기에 완당, 김정희의 문인화이며 국보 180호로 지정되어있는 그림이다. 텅 빈 여백 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절제의 선과 여백에 의해 집 한 채가 드러나 있는 그림이다. 시인은 이 조용한 집을 대담하게 방문하는데 그것도 나귀를 타고 등장하여, 열 번도 더 집 주변을 돌고 헛기침도 해보는 것이다. 그뿐인가? 나귀를 소나무 기둥에 매놓고 눈발 속으로 줄행랑을 친다고 한다. 그 해학과 기치가 조선후기의 선인을 능가한다. 세한도 속으로 마실을 다녀오는 시인의 호방하고 해학적인 발상과 더불어 新세한도가 또 하나 여기 탄생된다. 시를 감상할 때, 마음이 무겁고 우울하게 하는 시와 오히려 어둡던 마음도 박하 향처럼 시원하게 불이 켜지게 하는 시가 있다면, 이 시는 단연코, 오래 묵은 어둠조차 환히 밝혀주는 즐거움을 한껏 열어준다. 신현정 시인은 서울 출생. 1974년 [월간문학]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대립][염소와 풀밭][자전거 도둑]이 있으며,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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