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투쟁 |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4:36:44 |
2014-09-05
천사들의 투쟁 십 년 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10일 즈음 HBO에서 내보낸 영화가 하나 있다. Iron Jawed Angels. 그냥 생각 없이 번역하면 철 턱의 천사들이라는 기괴한 제목이 나오고, 조금 공들여 번역하면 단호한 천사들이라는 아리송한 제목이 나오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천사들의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1910년 무렵에 시작해서 1920년에 끝나는 이 영화는 미국 여성 참정권 투쟁의 마지막 십 년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는 1912년 대통령에 당선되는 우드로 윌슨, 여성 참정권 운동의 대모로 전미 여성 참정권 협회 (National American Women Suffrage Association)을 이끌었던 캐리 챔프먼 캣츠, 캣츠보다 급진적인 성향의 참정권 운동가이자 여권 운동가로 전미 여성당 (National Women’s Party)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던 앨리스 폴이 등장한다. 그리고 당시 각종 사회 개혁 운동에 앞장섰던 헬렌 켈러도 잠시나마 스쳐간다. 영화화를 위한 과장과 첨삭은 있어도, 역사적인 ‘사실’에 상당 부분 기대어 만든 팩션 영화기 때문이다. 가령 1913년의 참정권 행진이라든가, 세계 제 1차 대전의 발발과 윌슨의 재선, 캠페인 중에 그리고 미국의 세계 대전 참전 결정과 같은 사건들은,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무심히 흘러가는 사건인 것 같아도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났던,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사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참정권 운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몰랐을 팩트들이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앞 반전시위다. 명분 없이 제국 주의 열강들의 충돌에 의해 발발한 전쟁에 대한 표면상 중립을 표방했던 미국이 연합군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정부는 ‘자유를 위한 전쟁’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과 같은 선전을 통해 참전 명분을 정당화하려했다. 앨리스 폴을 위시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그룹의 일부는 그 선전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공박하고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가령, 윌슨이 참전 요구 연설 (1917년 4월 2일)에서 사용한 문장, “미국은 우리가 항상 가슴에 지녀왔던 그 가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야만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부 하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만 할 것입니다… (“We shall fight for the things which we have always carried nearest our hearts—FOR DEMOCRACY. For the right of those who submitted to authority to have a voice in their government April 2nd 1917)” 을 그대로 인용한 후, 그녀들은 다른 피켓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대통령님, 당신은 여성 참정권을 위해서 무엇을 하실건가요? (“Mr. President, What Will You Do for Women Suffrage?”) 또 다른 피켓 에는 “대통령님, 당신은 자유가 인간 정신의 가장 근본적인 요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Mr. President You Say Liberty is the Fundamental Demand of the Human Spirit) 그리고 이어지는 피켓에는 (그렇다면) “대통령님, 여성들은 자유를 위해서 얼마나 기다려야하는 것일까요? Mr. President, How Long Must Women Wait for Liberty?” 이렇듯 정권 입장에서는 골치 아플 메세지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백악관 정문에서 시위하는 지키는 여성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정부는 이 시위에 참가하는 여성들은 체포, 투옥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에 대한 반발과 공분이 더 많은 여성들을 피켓 시위에 동참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피켓 시위 말고도 교과서가 거의 기록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팩트가 하나 더 등장하는데, 바로 피켓시위로 감옥에 갇힌 그녀들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 (Hunger Strike)이다. 여전히 투표권에 대한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옥에 갇힌 그녀들은 하나 둘씩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혹시 수감중인 누군가가 단식 투쟁 끝에 생을 마감하기라도 한다면 정권에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부담이 돌아올 상황에 직면하자,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철로 만들어진 기구를 입에 채워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후 튜브로 날 달걀을 주입하는 장면은 (Force Feeding), 피 한 방울 이 영화의 제목이 (다소 중의적으로) “Iron Jawed…”로 붙은 이유일게다. 물론, 마지막은 역사처럼 수정헌법 19조, 해피엔딩이었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제대로된 세월호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46일만에 단식을 풀었다. 설마설마했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단식을 시작했던 그 이유가 살아서 싸워야 할 이유로 여전히 남았고, 그의 생명을 건 요구는 청와대 벽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는 메아리였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천사가 된 300명의 유민이들을 대신해 발언하는 김영오씨들을 상처내고 매도하는 살기 서린 댓글들을 들여다보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은 컬트 무비보다 더 낯설게 느껴진다. 그저 어두움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 한 줄에 기대 천사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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