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탈북자 아닌 피아니스트로 불러달라”
보스톤코리아  2014-03-03, 13:49:36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탈북’이라는 수식어가 예술가 앞에 붙으니 왠지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북한에서 피아노 교육을 받은 예술가는 어떨까?’ 

그의 연주와 분위기에 막연한 궁금증을 안고 지난 22일 연주회에 앞서 약속 돼 있는 인터뷰를 위해 웰슬리 대학의 휴톤 채플을 찾았다. 

어스름한 예배당 안에는 한 무리의 한인여대생들이 모여 있었고 한가운데 놓여 있는 피아노 앞에서 한 남성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허름한 청바지에 체크남방 차림의 그는 반복적으로 한 곡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김철웅 교수의 연주를 듣고 싶어 미리 와있는 음대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왠지 연주곡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가 바로 주인공인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교수(40세)’인 것을 알고 그 곡이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인 것을 알았다. 

그의 탈북동기가 된 재즈곡, 장성택의 조카인 첫사랑에게 고백과 함께 들려 주려던 곡, 그에게 자유를 안겨다 준 곡이었다. 그가 반복적으로 그곡을 연주했던 이유가 짐작이 됐다. 
그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전혀 탈북자답지 않은 분위기에 놀랐고, 오히려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이 내재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100여명의 웰슬리 여대생들 앞에서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위시해 남북간 공통되는 민요 ‘아리랑’을 자작편곡한 ‘아리랑소나타’, 그리고 북한의 민요 ‘돈돌라리’ 등을 연주했다. 

연주 사이사이에는 자신의 탈북동기와 북한의 인권상황, 그리고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사실 등을 전하며 “통일이 되어 고향 땅을 밟고 싶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북한의 당 고위간부였던 부친과 대학교수였던 모친 아래 평양예술대를 다니고 러시아 유학까지 다녀왔던 그는 2001년 탈북 직전까지 평양 국립교향악단 수석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벤츠를 몰며 피아노 건반만 두드리면 되는 소위 귀족 계급이었다.

어느날, 팝재즈곡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한 것이 반동적인 음악을 연주했다는 죄목이 되어 보위부에 불려가 자기비판서를 쓰게 됐고, 이후 그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유를 갈구하게 됐다. 

마침내 2002년에 탈북했지만, 그의 탈북 과정도 다른 탈북자와 다르지 않았다. 탈북 도중 중국에서 두 번이나 붙잡혔고, 그 중 한 번은 북한까지 송환되는 바람에 사형 위기에 처했다는 것. 하지만 부친의 지인을 통해 구출됐고 마침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탈북 피아니스트이면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인권 피아니스트로 왕성하게 국내외 순회 공연을 해왔다. 

이번 보스톤 방문 연주회는 웰슬리 대학의 북한 인권 단체 ANKHR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그는 청중들을 향해 “북한이 통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보다는 피아니스트 김철웅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그는 남북한 사람들이 모두 이해하는 장르, 문화적 공통점을 끌어내는 통일음악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다음과같이 말했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힘이 있어요. 분단 이후 만든 남한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나 북한 노래 ‘휘파람’은 서로에게 전파된 노래예요. 전 제 음악이 통일을 앞당겨 주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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